'산골 소녀' 영자양 불교 귀의 "속세가 싫어요…"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58분


2월 51세 아버지를 비명에 보낸 강원 삼척시의 ‘산골소녀’ 이영자(李英子·19)양이 한 암자에서 머리를 깎고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버지의 죽음과 후원회장의 사기 등 어린 나이로 견디기 힘든 일을 겪어야 했던 이양은 “편하게 쉬고 싶다”며 3월 23일 머물고 있던 삼척경찰서 내 임시거처를 떠나 산골 암자를 찾아갔다.

이양은 얼마후인 4월 어느날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끝으로 이곳 암자 주지에게 간청, 삭발을 하고 승복까지 입었다.

최근 이양을 찾아갔던 한 친지는 “그토록 웃음이 많던 영자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불문에 정진하는 수도자의 냉정함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검은 얼굴은 다소 하얗게 변해 있었고 친지들의 시선을 애써 회피했다고 한다.평화로운 산골에서 살다가 인터넷 광고로 일약 ‘스타’가 된 후 “국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며 험한 세상 속으로 나왔던 이양은 주변사람들의 헛된 욕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이양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비구니 암자로 남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 특히 암자측은 이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인의 접근을 일절 차단하고 있다. 암자 관계자는 “이양이 속세를 끊고 싶다며 삭발을 간절히 원했다”면서 “현재는 안정되고 건강한 상태이며 수도 장소는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삼척〓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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