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미국의 텔레비전에서는 역사상 가장 먼 곳으로 배달된 아버지날 선물이 소개됐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가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우사체프가 지구에서 아들이 보낸 선물을 뜯어보는 광고가 방영된 것입니다.
우사체프는 이날 미국의 전자제품 판매사인 라디오셕이 출시한 음성전달 사진첩으로 아들의 사진과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우사체프가 광고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23일에는 미국의 피자헛이 보낸 피자를 무중력상태에서 먹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는데 피자헛은 이 장면을 광고로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피자헛은 이 광고를 위해 러시아 항공우주국에 100만달러(약 13억원)를 냈습니다.
우주탐사가 마케팅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 1962년 존 글렌이 미놀타 카메라를 들고 지구 밖으로 나가면서 시작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자체적으로 우주공간에서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고자 노력하던 중이었는데 존 글렌이 동네 편의점에서 산 이 카메라를 그냥 우주로 들고 나간 것입니다.
나사는 어이가 없었고 미놀타는 뜻하지 않던 광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 후 나사는 민간기업의 제품을 우주에서 사용하더라도 광고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상품명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1971년 아폴로 14호의 알란 세퍼드가 달에서 골프를 쳤을 때 사람들은 골프채가 어느 회사 것인지를 알고 싶어했지만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10년 넘게 우주인들이 즐겨 먹던 초콜릿제품에도 상표를 숨기고 단지 ‘사탕으로 둘러싸인 초콜릿’이라고만 적혀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에 탑승했던 여성 우주인 새넌 루시드의 수기를 통해 1996년 이 초콜릿이 M&M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회사로서는 10년을 기다린 광고 효과였겠지요.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