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튼튼하게]젖병 물고자면 위 앞니 충치 유발

  • 입력 2001년 6월 13일 18시 37분


박성희씨(31)는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주말 나들이할 때 찍은 사진을 보고 마음이 심란해 졌다. 커다란 놀이기구 앞에서 폼잡고 찍은 가족 사진 속에 V자를 그리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아들 준엽이(4)의 까만 앞니가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준엽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녀석, 너 사탕이랑 초콜릿 많이 먹나 보구나, 이가 까맣게 썩은 걸 보니”라고 말한다. 이 때마다 박씨는 가슴이 뜨끔해지면서 당황스럽다. 준엽이도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싫은 것 같아 영 마음이 안쓰럽다.

준엽이의 치아가 까맣게 된 것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낮밤이 바뀌어 고생하던 박씨는 아기가 잘 때 우유병을 한두 번씩 물려준 것이 버릇이 돼 나중에는 우유병을 물지 않으면 전혀 잠을 자지 않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를 닦아주면서 보니 윗니가 이상하게 투명한 기운이 없어지고 탁한 하얀색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치아는 점점 누렇게 변했고 아무리 치아를 세게 닦아도 누런 것이 없어지지 않아 혹시 충치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아이도 너무 어리고 곧 뺄 치아라고 생각하니 치과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치아 색이 점점 검게 변하고 아이가 가끔씩 “이가 아프다”고 호소한 후에야 박씨는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치과에 데려갔다. 그러나 이미 충치가 너무 진행되어 신경치료를 받아야 했다.

준엽이처럼 잘 때 우유병을 물고 자서 생기는 ‘우유병 우식증(충치)’때문에 치과를 방문하는 어린이들이 매우 많다. 우유가 입안에 있는 채 잠이 들면 미생물의 영양분이 치아에 계속 남고 침의 분비는 감소되는 등 충치 발생에 아주 좋은 조건을 만든다. 우유병 우식증이 생긴 어린이들은 특징적으로 윗니, 특히 앞니에 충치가 많고 상대적으로 아래 앞니는 충치가 잘 안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유병을 빨면서 혀가 아래 앞니를 감싸고 있어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우유병 우식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 때 우유를 물리는 것을 절대 피해야 한다.

습관이 들면 고치기 힘들므로 영아기부터 자기 전에는 우유 찌꺼기가 입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이를 잘 닦아주도록 하고 꼭 깨어 있을 때만 수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돌이 지나면 우유병을 떼고 컵으로 우유를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미 습관이 들어있는 아이들은 고치기가 매우 힘들다. 갑자기 우유병을 안주면 아이가 매우 싫어할 수 있으므로 우유에 물을 조금 섞는 방법으로 서서히 습관을 고치는 것이 좋다.

김은영(아이들 치과 원장)www.aidle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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