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으로 돌아간 북한▼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또다시 종래의 호전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북한은 미국을 “세계 최악의 불량국가”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일본을 “군국주의와 외국 침략에 대한 생각을 후세에 주입시키는 나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국을 타깃으로 삼는 일은 다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용서할 수 없는 반민족적, 반통일적 범죄’에 대해 ‘남한 당국’을 비판하는 일은 있어도 김대중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어쨌든 한국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평양간 철도의 복원작업은 현실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산가족의 상호방문도 중단된 지 오래다. 남북한 교역과 한국의 대북한 투자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북한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너머로 남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규모 무장병력을 후퇴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사일 수출을 자제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저명한 학자인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남북한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어떤 구체적인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최근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마무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한국의 한승수(韓昇洙)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부시 행정부는 김 대통령의 대북한 화해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재래식 군사력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석에서 만난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부시 행정부가 그것이 어떤 합의건 북한과의 합의 사항을 검증하는데 있어 클린턴 행정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최근 미 의회에 출석해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증명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도 북한 국민을 돕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경제제재 조치도 완화하고, 추가로 정치적인 조치도 취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 최근 미국 고위인사들의 일련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 행정부는 북한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신뢰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말 의회에 출석해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대포동 2호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테닛 국장은 또 북한이 계속해서 탄도탄 관련 장비와 부품 및 기술을 중동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존 맥로린 CIA 차장은 몇주 전 미 텍사스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해 거론한 바 있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우리 우방국에 가하는 위협이 점점 위험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여전히 회의적 태도▼
그는 북한이 1994년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북한 내 어디에서 핵무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북한이 아마도 핵폭탄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외교적으로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어떤 ‘전술적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몰라도 전략적으로 남한을 정복하고자 했던 아버지 김일성(金日成) 주석 때와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선전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이뤄질 미-북 대화 또는 협상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처드 핼로란(아시아 안보 및 미국의 아시아정책 전문가)oranhall@hawaii.rr.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