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영화 ‘샤만카’에서는 집착된 성행위의 종말을 표현하기 위해 섹스 파트너를 음식 재료로 삼아 음식과 섹스를 동일시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주인공 이오나 페트리오는 돌아서 가는 남자를 살해한 뒤 그를 먹음으로써 육신의 일체감과 정신적 승화가 합치한 섹스를 완성한다. 섹스와 먹는 행위를 동일시한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식이 섹스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도 한다. 육류나 술·설탕을 많이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폭력적이며 자기만족 위주의 섹스를 즐긴다는 것. 반면 채소·우유·초콜릿 등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섹스를 유도한다고 한다.
섹스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찾는 일도 흔하다. 나이 들어 잠자리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 들면 남성은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다. 우리 나라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보신탕·뱀탕·용봉탕은 다른 음식과 비교해 볼 때 고열량·고단백 식품이란 점 외엔 별 차이가 없다. 또 직접 실험을 해보아도 정력이 좋아졌다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한다.
먹을거리와 영양이 부족한 시절엔 당연히 섹스를 즐길 힘마저 모자랐다. 어쩌다 개나 한 마리 잡아 이웃끼리 나눠 먹든지, 산에서 뱀이라도 잡아 고아 먹으면 영양보충을 했으니 그날 밤만큼은 없던 힘이 솟아났음은 당연지사. 어찌 보면 슬프기조차 한 가난한 옛 시절의 먹거리가 오늘날 ‘보신제’로 뿌리내린 걸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 정규덕/부산 호텔롯데 이지웰비뇨기과 원장 > www.Dr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