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붓꽃 쥐오줌풀 뚝갈 털동자꽃 속속이풀 등 자생식물이 다시 자라고 있다. 또 철쭉이나 털진달래 야생식물들이 무성해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력해 온 생태복원 사업의 결과다. 공단은 94년 두 지역에 대한 자연환경조사를 거쳐 복원 계획을 수립하고 95년부터 생태전문가들을 대거 동원해 생태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 복원은 현장 생태계의 특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복원사업을 할 때는 대개 자생식물이 아닌 외부 식물의 씨앗을 뿌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해 왔다.
공단은 이에 앞서 91년부터 93년까지 이 지역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탐방객의 출입이 끊이지 않고 아고산대 특유의 기상 조건 때문에 식생회복이 이뤄지지 않자 ‘특단의 대책’을 추진했다.
공단은 일반 조림사업이나 사방공사와 달리 훼손지 생태조사, 훼손 원인 분석, 토양공급 및 개량, 사면 안정화 등을 거쳐 인근에서 서식하는 식물의 종자를 발아시켜 이식했다. 먼저 침식된 지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토목공사를 한 뒤 산 아래로부터 외래 종자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된 심토(深土)와 각종 비료 등을 혼합한 개량 표토를 깔고 그 위에 주변에 밀집해 자생하고 있는 풀 포기를 이식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식생이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볏짚 매트를 깔고 그 위에 격자식으로 짜여진 ‘황마 그물’을 올렸다. 황마 그물은 자연 재질이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썩으면서도 기초가 연약한 풀 포기들이 비바람에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세석평전(전체 면적 4만21㎡)의 1만2141㎡가 일부 등산로나 배수로 등을 제외하고 모두 초지로 복원됐다. 특히 이 곳에서 서식하는 자생 식물종은 331종이었으나 총 363종으로 늘어났다.
노고단(전체 면적 3만8007㎡)의 나지 7859㎡도 탐방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공단은 15일 “자연 스스로가 복원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을 준 것”이라며 “식물 종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등 안정적이고 원시적인 생태가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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