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나에게 속독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령 ‘빠리똥이 더겡이져 있는 삿갓반자를 올려다보며 자닝스런 큰산 역사의 골짜기를 헤매던 능현은 수위 안좌 진언을 뇌어보다가 윗몸을 일으켰다’ 같은 문장은 눈설고 말설어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했다. 그밖에도 ‘저쑵다’ ‘미좇아오다’ ‘곱더져가며’ 같은 생소한 형용사나 동사도 자주 만나게 된다. 요즘 소설에 흔하게 나오는 ‘키스’는 여기서는 ‘입주기’다. 그러니까 ‘첫 키스’는 ‘첫 입주기’인 것이다.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말을 공부하는데도 읽을 만한 작품이다.
김영 수(서울시 노원구 상계 8동 주공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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