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군사위원회의 제임스 인호페 의원은 “비에케스 훈련장의 폐쇄는 군사력을 심각히 저해하고 전세계의 모든 미군 사격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나는 비에케스 훈련장을 존속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스텀프 하원 군사위원장도 “의원들 사이에 이번 조치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고 미국이 중요한 군사훈련시설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며 이에 관한 청문회를 이달 말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조치가 오키나와 등 해외의 다른 미군 훈련장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지는 15일자에서 “이번 결정은 태평양에서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 해병대의 훈련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뒤 “미국은 이번 결정이 해외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일본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또 한국 매향리의 미 공군 폭격장 존폐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매향리 폭격장의 폐쇄를 주장하는 한국의 문정현 신부 등은 지난해 9월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비에케스 섬 주민들과 공동으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발표 시기와 동기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잘못된 정책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국민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냉소적 조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비에케스 섬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경우 스패니시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의 예테보리에서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에케스 섬의 주민이 과거에 피해를 보았고 그곳에 있는 우리 친구와 이웃이 우리가 거기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폭격훈련중단 방침을 밝혔다.
군부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60년간 미 대서양 함대의 실전훈련장으로 사용됐던 비에케스 훈련장을 대신할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에케스 폭격장 폐쇄 운동을 벌여온 비에케스 구출발전위원회(CRDV)는 13일 1300여명의 지지자들이 미 해군 웹사이트에서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미 해군 웹사이트에 접속, 신병지원 양식에 ‘미군은 비에케스를 떠나라’는 등의 항의 문구를 써넣은 메일을 대량으로 보냈으며 미 해군측의 요청에 따라 시위를 중단했다는 것.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