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3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돈과 노력으로 문화체육센터를 만들어 화제. 특히 이 일대가 지역난방으로 전환된 후 6년 동안 흉물처럼 버려져 있던 보일러실을 이용해 센터를 만들어 유휴공간 활용의 모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민들이 보일러실을 ‘뭔가 의미있는’ 공간으로 바꿔보자고 결심한 것은 1년 전. 주민 김기홍씨(45)가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아파트 운영과 관리실태를 점검하던 김씨는 폐물이 되어버린 보일러실 공간 200평을 주민에게 돌려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26개동(2213가구) 대표들과 함께 주민문화체육센터를 짓기로 결정하고 곧바로 주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설득은 쉽지 않았다. 회의와 공청회, 설문조사를 되풀이한 지 10개월 만에 주민 69.7%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보일러실을 체육시설로 바꾸는 용도변경 허가조건(주민 동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시킨 것.
공사비는 지난 2년간 아파트 관리에서 생기는 잡수입(전단 및 현수막 부착시 대표회의에서 받는 비용 등) 1억원으로 해결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주민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설계와 인테리어를 직접 담당해 비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었다.
40일의 공사 끝에 7일 개장한 센터는 첫날부터 주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주민들을 위해 큰일을 했다”고 격려하면서 탁구대와 바둑판 등을 기증했다. 개장 이틀 만에 에어로빅반은 여성 100여명이 신청을 하는 등 인기를 끌었고, 탁구실은 학교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센터는 관리에서 비용부담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주민자치 원칙으로 운영된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에어로빅반을 비롯해 7월부터 운영할 헬스장, 문화교실은 주민들이 최소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센터를 둘러본 주민 이정혜씨(45·주부)는 “보일러실이 이렇게 쓸모있는 공간으로 바뀔 줄을 상상도 못했다”며 “아파트 단지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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