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기소 벤처대표 재판회부 법정구속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이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이 “약식기소 사안이 아니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한 벤처기업 대표가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번 선고는 법원이 최근 약식기소된 사건을 잇달아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기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검찰이 실형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약식기소를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15단독 오재성(吳在晟) 판사는 11일 투자자의 돈을 자기 몫으로 회계처리하고 수천만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된 F사 대표 김모씨(44)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정부가 주식공모 요건을 완화하는 등 벤처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을 악용해 투자자에게서 끌어모은 주식대금을 자신의 지분으로 처리하고 회사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사를 사유화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투자자 57명에게 자사 주식을 액면가의 두 배에 인수하게 해 생긴 초과금 8000여만원을 자기 지분으로 회계처리하고 같은 해 5월부터 4회에 걸쳐 회사 공금 4100여만원을 개인 용도 등에 사용한 혐의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