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15일 오후 10시 강원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 자택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으며 가족에게 남긴 유서에서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다해 먼저 떠나며 가족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다.
오씨는 노동권 보장을 외치며 분신한 고 전태일씨를 기리기 위해 86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전태일 사상연구소’를 열고 전씨 연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으며 90년대초에는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교도소를 방문,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사람들에게 영치금을 전달해왔다. 또 작고한 문익환 목사와 조영래 변호사 등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위해 투쟁한 대표적 인물 100인의 고뇌와 시대정신을 그린 ‘100인의 민족정신’과‘인간 그리고 인간’‘진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유족은 오씨가 유서에서 ‘85년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며 고인의 뜻에 따라 17일 오씨의 시신을 원주 상지대 한의과대학 해부학실에 기증했다.
아들 한빛씨(35·경북 구미시)는 “아버지는 90년 사업을 정리한 뒤 수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작년 8월 혼자 강원 횡성으로 와 지냈다”며 “직장암으로 지난 2년 동안 고생하셨으나 진통제만 드실 뿐 치료를 거부하셨다”고 말했다.
장기표(張琪杓·56) 전 민국당 최고위원은 “90년대 전국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구속된 민주화 인사들에게 영치금을 내주던 오씨를 잊을 수 없다”며 “민주화 시위현장에서 자주 만난 오씨는 평소 할 일을 다하면 스스로 세상을 떠나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전했다.
<횡성〓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