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4]자유경제는 윈·윈게임

  • 입력 2001년 6월 17일 18시 41분


서울에만도 좋은 음식점들이 수없이 많다. 어떤 식당에는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많아 주인이 싱글벙글한다. 손님은 좋은 음식을 싼값에 먹어서 좋고, 주인은 좋은 값에 많이 팔아서 좋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음식점들이 모두 이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모든 상점들도.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장경제〓자유경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식점과 상점들을 모두 이렇게 만들어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좋아서 싱글벙글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오래 전 어느 공산권 국가 음식점에 가 본 사람의 이야기이다. 저녁밥을 오후 5시에 먹으라고 해 이유를 물었더니 국가공무원인 식당 종사자들의 정시 퇴근 때문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공산국가에서는 식당 종사자나 음식 먹으러 오는 사람 모두 공직자들이다. 서로는 서열에 따라서 명령이나 복종관계에 있지, 시장경제에서와 같이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지정된 식당에서 정해진 음식을 지정된 시간에 만들고 먹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음식점과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공산권국가에서 만난 어느 경제전문가는 그 나라에서는 서비스산업은 물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관련된 산업은 어느 것이나 자유롭게 발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어느 체제에서나 근본 문제는 ‘어떤 물건들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다. 공산국가에서는 이를 국가가 정한다. 시장경제에서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그럼 시장이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첫째,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떤 것이건 그 가치(곧, 가격)나 거래량을정부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다같이,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방향이 되도록 자율적으로 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란 사는 사람(수요자)과 파는 사람(공급자)을 말한다.

둘째, 사는 사람은 자신의 소득이나 취향 등을, 파는 사람은 기술이나 원자재 가격 등 스스로의 처지, 능력, 주변사정 모두를 잘 감안해 정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수요측 사정을 ‘수요의 결정요인’, 공급측 사정을 ‘공급의 결정요인’이라 한다.

셋째, 소비자와 생산자 양자에게 다같이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윈-윈게임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경제라는 윈-윈게임은 카지노게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카지노게임에서는 이해(利害)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의 이득은 반드시 다른 쪽의 손실을 전제로 한다. 어느 한쪽의 이득이 커질수록 다른 쪽의 손실도 커진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값이 다소 비싸도 사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값이 싸면 그 만큼의이득을 본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소비자잉여’라 한다. 음식점 주인도 음식을 기대 이상의 가격에 판매하면 그 만큼의 득을 보는데 이를 ‘생산자잉여’라고 한다.

그 둘의 합을 ‘총잉여’라 하는데 시장경제의 근본취지는 바로 총잉여의 극대화에 있다.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은 바로 국민이므로 시장경제를 잘 한다는 것은 국민이 잘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나 거래량은 첫째, 모든 국민이 정부의 간여 없이 자유의사대로 결정하고, 둘째, 결정하더라도 스스로의 처지와 능력과 사정을 잘 감안해서 하고, 셋째, 또한 서로에게 이득이 가장 많게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자유경제다. 그러므로 자유경제가 잘 발달될수록 국민들은 잘 살게 된다. 선진국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은 것은 자유시장경제가 그만큼 잘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