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서울대 벤처기업 '오란디프' 컴퓨터게임 개발

  • 입력 2001년 6월 17일 18시 46분


중세풍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섬 핀슬로우. 이 섬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논리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섬의 대마법사 키르가는 알로지아 현상이 나타난 것을 알아차리고 파급을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잠들게 만든다. 알로지아 현상이란 인간이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질병으로, 아주 오래 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 세계가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적이 있다. 키르가마저 깊은 잠에 빠지게 되자 소녀 마법사 큐리아는 알로지아 현상의 해결책을 알고 있다는 현자(賢者) 나셀을 찾아 나선다.

컴퓨터 게임 ‘하데스의 진자’는 1999년 말 서울대 인문학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학내 벤처기업 ‘오란디프’의 첫 작품이다.

일반적인 판타지 게임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큐리아가 어려움에 닥칠 때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논증, 연역과 귀납, 명제, 삼단논법, 오류추론 등 논리학의 구체적 내용을 하나씩 익히게 된다. 게임의 난이도 선택에 따라 초등학생 수준부터 대학의 논리학 개론을 마스터하는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학습자들을 잡아두는 힘과 단계적 학습, 이 두 가지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교육+엔터테인먼트)의 핵심입니다. ‘하데스의 진자’는 이 두 가지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오란디프(Orandif)’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대 철학과 김영정 교수의 평가다.

그는 이 “많은 학생들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재미없기로 소문난 논리학을 즐겁게 익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교육방법 측면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오란디프’는 설립 이후 서울대교수 등 학자들에게서만 5억여원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증자를 통해 현재 자본금을 두 배로 늘리고 정부출연 지원금도 받을 만큼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 이들의 작업은 인문학자들의 벤처 진출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데스의 진자’를 영어화해 수출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이달안에 영어 어휘학습 게임 ‘파워 보케이드(Power Vocade)’도 출시한다. 02-875-1155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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