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생활설계사. 고객들에게 보험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메신저다. 하지만 매일 많은 고객과 상담을 하다 보면 기쁠 때도 있지만 속상할 때도 있다. 이런 나에게 이 직업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고 각오를 다지게 해주는 사건이 있었다.
작년 초여름, 무더운 날씨였지만 그날도 시장 상가를 찾아 지인이던 K씨를 만났다. 오랜 고생끝에 작은 가게를 마련한 그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나를 맞았지만 보험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게를 소중히 가꾸기 위해서도 보험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K씨는 묵묵무답이었다. 그의 부인도 곁에서 거들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로부터 몇 달후 나는 다시 그 상가를 방문했고 K씨를 찾았다. 하지만 K씨는 보이지 않았다. 옆가게에 물어봤더니 K씨가 새벽에 물건을 싣고 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K씨 부인은 사고 수습후 가게를 처분하고 지방으로 갔다고 했다.
항상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던 K씨의 모습이 그날 하루종일 눈앞에 어른거렸다.
‘조금만 더 K씨를 설득했어야 했는데…. 내가 좀더 애썼다면 남은 유가족에게나마 작지 않은 도움이 됐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 아팠다.
그날 저녁 나는 과연 얼마나 내 직업에 충실했나를 수없이 되물었다. 매일매일 만나는 고객에게 정말 열정을 가지고 그들의 행복을 설계해주고 보다 안전한 미래로 인도해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K씨와의 만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고객 가정의 파수꾼인 이 일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교보생명 동부천영업소 조봉화생활설계사>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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