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의 2연패를 이끈 필 잭슨감독을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최고의 감독으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잭슨은 선수로나 지도자로서 항상 최고의 지위에 있었다. 왼손잡이로 노스다코다대학시절 ‘전미 최고의 포워드’로 2번이나 선정됐고 뉴욕 닉스 선수시절 NBA 정상을 경험한 뒤 89년부터 8년동안 시카고 불스 감독을 맡아 통산 6번이나 팀을 정상에 올렸다.
잭슨은 올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서 141승50패로 역대 플레이오프 최고 승률(73.8%) 감독의 자리도 차지했다. NBA에서 감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이 잭슨의 이름으로 채워질 날이 머지 않았을 정도.
하지만 잭슨에게 항상 영광만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잭슨에게도 단 한번의 좌절이 있었다. 그 수모를 안긴 사람은 바로 올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래리 브라운감독(61).
80년 잭슨이 뉴저지 네츠에서 13년간의 NBA 선수생활을 접고 은퇴하자 당시 감독이었던 케빈 루게리가 “잭슨만큼 경기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즉시 코치로 발탁하는 바람에 지도자로서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하지만 잭슨은 다음해 뉴저지 감독으로 부임한 브라운감독에 의해 “실력이 없다”며 코치직에서 해임되고 말았다.
당시까지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던 잭슨은 더 이상 NBA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82년 NBA 하위리그인 CBA 알바니 퍼터룬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기가 잭슨에게는 다시없는 전화위복의 기회. 87년까지 알바니팀을 이끌면서 ‘트라이앵클 오펜스’등 그의 전매특허같은 갖가지 전술을 완성할 수 있었고 87년 더그 콜린스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카고 코치로 NBA에 복귀한뒤 2년뒤 감독에 오르며 ‘잭슨 전성시대’의 화려한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잭슨으로선 올 챔프전에서 20년전 자신에게 엄청난 수모를 안긴 브라운에게 멋진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반면 감독생활중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른적이 없는 브라운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준비중이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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