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김성근 감독대행(59). 프로야구 20년사에서 그만큼 다양한 평가를 받는 지도자도 드물다. 재일교포 야구선수중 맨 처음 한국땅을 밟은 선수인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 선수를 기계의 부품처럼 다뤄 반쪽 선수만 양산한다는 악평에서부터 만년 꼴찌팀 태평양과 쌍방울을 포스트시즌에 끌어 올려 얻은 찬사까지….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OB(두산의 전신) 투수코치를 시작으로 한화와 롯데를 제외한 6개팀의 유니폼을 입었고 이중 5개팀에서 사령탑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김성근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애증섞인 평가다. ‘토종야구의 대명사’인 삼성 김응룡감독이 해태에서만 18년 한솥밥을 먹은 것에 비하면 아주 대조적이다.
멋모르고 김성근 감독을 만나는 사람은 섣불리 야구 얘기 꺼냈다간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그는 몇년전 플레이상황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비범함이 있다. 김감독을 만난 야구전문가나 기자들은 야구 얘기중 실수라도 하면 김감독으로부터 어김없이 면박을 당하고 만다.
각종 통계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는 그의 독특한 야구 분석력은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렇듯 야구에 열정을 갖게 만드는 것일까.
구단 프런트와의 잦은 불협화음으로 중도 해임의 비운을 거듭했던 그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시즌도중 LG 사령탑에 올랐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 있는 LG 감독실. 매일 책 한권 분량으로 쌓이는 각종 통계자료를 빼고는 생각했던 대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사물함에 놓여 있는 캔 커피 한 박스.
“이건 신윤호 커피지. 신윤호 선수가 첫 승 올린 날 갖다준 건데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거요.”
-먼저 기분 나쁜 것부터 한가지 물어 보겠습니다.그동안 왜 그렇게 자주 중도해임됐습니까.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까.
“그런 모양이지 뭐. 다 내 탓이요. 내가 좀 낯을 가리지. 세상엔 두 종류의 지도자가 있어요. 난 내가 모든 책임을 지는 타입이지. 야구에 관한 한 현장의 지도자가 모든 걸 책임져야 돼요. 구단에선 열심히 지원을 해주고 나중에 평가를 내리면 됩니다.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혹시 재일교포 출신으로서의 콤플렉스가 야구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요.
“우리는 일본에서도, 고국인 한국에서도 환영을 못 받았지. 미국야구가 도입된 80년대 중반부터는 교포출신 지도자에 대해선 ‘쪽발이 야구’라며 무조건 홀대를 하기도 했고….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만 야구관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내가 한국에 온 지 올해로 42년째요. 내가 하는 야구가 바로 한국야구지.”
김감독은 여기서 감정이 격앙되는 듯했다. 똑같은 작전을 구사해도 교포출신 감독이 하면 비난을 받았던 한이 맺힌 탓이었을까.
“요즘 우리 프로야구를 한번 둘러봐요. 삼성 김응룡선배도 그렇고 자율야구를 한다는 한화 이광환감독도 점수차가 큰 데도 스퀴즈 번트를 대잖아요.”
-괜한 얘기를 꺼냈군요. 화제를 바꾸죠. 그동안 수많은 선수를 길러내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비결은 무엇입니까.
“첫째도 훈련, 둘째도 훈련, 셋째도 훈련입니다. 그리고 정신력이지요. 태평양 시절에는 박정현 정명원 최창호의 투수삼총사가 혀를 내둘렀어요. 놀기 좋아하는 박정현은 숙소에 아예 코치를 배정해 집어넣었고 마음이 약한 정명원은 집으로 돌려보내 버렸지요. 정명원은 나중에 성수동에 있는 집까지 찾아와 사과를 하더라구요. 집 근처 문방구에 들러 일기장을 하나 사준 뒤 돌려보냈어요. 연습 수비때 성의없이 타구를 받던 최고참 김바위도 20일간 2군에 내려간 적이 있지요. 해태 2군감독때는 선수들에게 1시간 이동거리엔 자지 마라고 했는데 진주 연습경기때인데 뒤를 돌아보니까 다 자는 거야. 코치부터 모두 내려 진주까지 뛰어갔지요.”
LG김성근 감독대행 연도별 성적 | ||||||||
연도 | 팀 | 경기 | 승 | 무 | 패 | 승률 | 순위 | 비고 |
82 | OB | 7 | 5 | 0 | 2 | 0.714 | - | 감독대행 |
84 | OB | 100 | 58 | 1 | 41 | 0.586 | 3 | 감독데뷔 |
85 | OB | 110 | 51 | 2 | 57 | 0.472 | 4 | |
86 | OB | 108 | 56 | 4 | 48 | 0.538 | 4 | |
87 | OB | 108 | 55 | 1 | 52 | 0.514 | 4 | 재계약 |
88 | OB | 108 | 54 | 2 | 52 | 0.509 | 5 | |
89 | 태평양 | 120 | 62 | 4 | 54 | 0.533 | 3 | |
90 | 태평양 | 120 | 58 | 3 | 59 | 0.496 | 5 | 중도해임 |
91 | 삼성 | 126 | 70 | 1 | 55 | 0.560 | 3 | |
92 | 삼성 | 126 | 67 | 2 | 57 | 0.540 | 4 | 중도해임 |
96 | 쌍방울 | 126 | 70 | 2 | 54 | 0.563 | 3 | |
97 | 쌍방울 | 126 | 71 | 2 | 53 | 0.573 | 3 | |
98 | 쌍방울 | 126 | 58 | 2 | 66 | 0.486 | 6 | 재계약 |
99 | 쌍방울 | 70 | 16 | 4 | 50 | 0.242 | - | 중도해임 |
2001 | LG | 28 | 15 | 2 | 11 | 0.577 | - | 감독대행 |
계 | 1509 | 766 | 32 | 711 | 0.519 |
-삼성 외야수 강동우는 며칠전 LG와의 경기때 대타 연장 끝내기 홈런을 친뒤 김감독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는데요.
“그 친구가 정말 야구재질도 타고났고 욕심도 있어요. 우리팀의 이병규를 판에 박은 것 같아요.그런데 문제는 동료애가 약하다는 겁니다. 2군감독시절 광주경기에서 지고 난뒤 아프다는 선수들을 운동장 20바퀴 돌린 적이 있어요.그리고는 집에 가라고 했어요.몇번을 가라해도 안가고 무릎꿇고 빌더라구요.됐다 싶었지요.그때부터 죽이 맞았어요.홈런 맞은 날도 대구에 가니까 뒤에서 끌어 안더라구요:
-삼성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삼성감독시절 유일하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올렸는데요.
“인정합니다.생각과는 달리 삼성 선수들의 기본기는 엉망이었어요.겨울과 봄훈련을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시켰지요.그런데 구단에서 브레이크가 들어왔어요.너무 훈련을 많이 시킨다는 거에요.나중에 알아보니까 일부 선수들의 입김이 작용한거였어요.두손 들고 말았어요.”
-선수 시절은 어땠나요.
“중학교때부터 야구를 했어요. 일본만 해도 시험을 쳐서 진학하는데 교토의 명문 가츠라 공립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한국 말도 모르면서 59년 동아대에 입학해 1년간 수학했고 다시 일본으로 들어가 사회인야구 교토상호차량에서 1년을 뛰었어요. 이듬해 철도청을 거쳐 기업은행에 입단했는데 부상으로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 에이스도 했고 한 시즌 20승을 올린 적도 있어요.”
-LG 선수단의 문제점과 올시즌 목표는 무엇입니까.
“LG는 정말 매력있는 팀이요. 이만큼 관중동원 능력이 있고 선수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팀도 드물겁니다. 문제는 선수들의 스타의식과 결속력이지요.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나가면 올해 목표인 4강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믿어요.”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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