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만수5동 한미은행 만수동지점 앞 청전인방(淸田印房)의 서용철씨(46·사진).
그는 지난 13일 90년∼2000년 12월말까지 ‘국내 최단기간 최다 전각제작’ 기록을 인정받아 한국기네스협회로 부터 ‘한국기네스기록인증서’를 받았다. 서씨는 이 기간동안 금강경, 성경, 성가 등의 구절을 3200과(개) 돌에다 새겨넣었다. 내년에는 세계기네스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아무도 이를 시도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최고의 전각가로 84세로 생을 마감한 오창석도 50여년간 완성해낸 전각이 1374과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서씨의 작업량과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97년 12월부터 지금까지 3년6개월째 신구약성서, 외경 등을 옥돌에 새기고 있다. 그의 가게(23평)에 들어서면 손가락 크기의 옥돌부터 높이가 75㎝나 되는 큰 옥돌까지 다양한 옥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옥돌에 빽빽하게 새겨진 작은 글씨들은 낯익은 성서 구절들이다.
“지난해 7월 신약성서의 전문 40만자를 0.5∼1㎝ 크기의 돌에 새겨넣은 작업을 완성했을때 가장 기뻤어요”
그는 현재 구약성서와 외경 전문 190만자를 3500과의 돌에 새겨넣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693과를 진행했고 완각에는 3년이 더 걸린다.
도장을 파주던 이름없는 사람에서 옛 도법과 획을 연구해 새것을 창조해내는 전각가로 변신한 서씨. 쇠도 깍는다는 날카로운 칼(초경)을 움켜쥐고 온 힘과 팔과 손을 모아 단단한 돌에 글자를 새겨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열두어시간씩 글을 새겼어요. 몸이 마비되기도 하고 돌을 들다가 허리를 삐다가 하고….”
옥돌 원석을 가져다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다듬어 광을 내는 작업도 그의 몫. 누가 비용을 대면서 의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종업원을 둘 형편도 못된다. 이미 옥돌 원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5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적금, 보험을 다 해약한 상태다.
그는 성경 작업을 하기 전인 96년 5월부터 불교 ‘금강경(金剛經)’ 5440자에 대한 전각작업을 시작, 2년 만에 옥돌 1207과에 새기는 작업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98년 5월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금강경 전각작품에 대한 개인 전시회도 가졌으며 91∼94년 대한민국 서예대전(전각부문)에서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다.
서씨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각 작품을 남긴 ‘장인’으로 불리고 싶다”며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하느님과 성경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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