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FIFA의 마케팅 마인드

  • 입력 2001년 6월 19일 16시 36분


단일 스포츠종목 중에, ‘가장 권위 있으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을 정하라’고 하면 누구나 입을 모아 FIFA라고 말할 것이다. 축구라는 단 한 종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단일 종목의 세계대회를 치르면서, 전 종목을 모두 합한 올림픽의 IOC 만큼의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FIFA이다. 심지어 FIFA의 회원국은 204개로 UN의 회원국 189개보다도 많은 실정이다. 올 1월 독일의 IOC내부 소식지인 '스포츠 인테른' 사에서 선정한 국제 스포츠부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로 사마란치 IOC 회장에 이어 2위로 선정된 FIFA의 블레터 회장은 어느 나라엘 가도 국빈대접을 받으며 국가원수와 거의 동등한 대접을 받을 만큼 FIFA의 위상은 다른 스포츠종목으로선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할 수준으로 높게 솟아 있다.

FIFA가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면서 '축구계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축구'의 힘과 그 축구로 인해 발생된 천문학적인 '돈'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 이후로부터 스포츠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중계권과 스폰서쉽 등을 통하여 FIFA는 엄청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중계권료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가치가 치솟았으며, 현재 FIFA의 자산은 1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로도 FIFA에서 주관하는 월드컵에 공식 파트너로 조인하기만을 바라고 있는 스폰서들이 줄을 서 있는 실정이다. 비록 FIFA의 마케팅 대행사인 ISL이 파산을 하면서 블레터 회장과 FIFA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무도 FIFA가 흔들릴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다.

십여년 동안 속된말로 '축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온' FIFA의 마케팅 감각과 마인드는 정말 대단하다. 정말로 프로페셔널하다는 말을 붙이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그들의 마인드는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오죽하면 '이렇게 하니까 돈을 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첫번째로 FIFA가 가장 신경쓰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들의 상품성을 최대한 높인다' 였다. FIFA, 즉 축구의 상품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FIFA는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주고, 경기장에서 축구의 매력이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한다. 어떤 환경에서 경기를 해야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까 에서부터 관중들이 어떻게 경기를 즐기고 쾌적하게 경기장엘 왔다가 편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축구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남기게 할까, 심지어는 사진기자들이 어떻게 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까지… 그들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물론 자신의 상품성이 높아진다면 높아진 상품성을 사기 위해선 다른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FIFA의 '修身'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한 FIFA는 자신의 스폰서들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일단 막대한 양의 스폰서비를 제공한 스폰서들이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례로, 눈썰미 좋은 축구팬들이라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의 A-보드들이 다른 경기-국내 프로축구 경기들도 비슷하겠지만-와는 다르게 매우 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A-보드를 현수막을 이용해서 인쇄하지 않고 일일이 유성페인트를 이용하여 그렸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지만, 직접 그리는 것은 천에 인쇄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고 화면상에서도 또렷이 나오기 때문에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세번째로 FIFA는 미디어, 특히 TV나 방송에 관한 관리가 매우 철저하다. 중계권료라는 가장 큰 금액의 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FIFA는 이러한 방송에 관한 관리를 마케팅 회사인 PRISMA사를 통하여 철저하게 체크, 통제한다. 어떠한 방송이더라도 중계를 하고 싶다면 중계권료를 내야 하며, 중계권료를 내지 않은 어떠한 방송사도 경기장의 중계부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한다. 방송사 관련 인원들도 최대한 체크하며, 사전에 PRISMA사에게 허가를 받지 않은 어떠한 카메라 촬영도 허가하지 않는다. 실례로 월드컵 공식스폰서인 모 회사에서 자신들의 활약상(?)을 찍겠다며 경기장엘 ENG 카메라를 들고 들어왔지만 PRISMA사에게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경기장 내의 어떤 것이든지 찍으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내쫓긴 적이 있었다. 또, 허락 받은 방송국일지라도 사전에 계획되고 신고된 것과 다름이 있으면 역시 촬영에 제지를 받는다.

또, 경기 중에 사용하는 모든 장비들-컴퓨터나 복사기, TV 기타 등등의 모든 사무기기들 중에 FIFA의 스폰서가 아닌 제품들은 일일이 상표를 가리기까지 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 일 아닌 걸로 호들갑 떠는 조금은 우스운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행위는 FIFA의 '봐라 우리는 이렇게 기존 스폰서들을 대우한다' 라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돈을 대주는 스폰서들이 본다면? 당연히 흐뭇해 할 것이며 스폰서료를 내는데 아까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FIFA는? 당연히 돈을 잘 받을 수 있고 다음 번엔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권리를 최대한 잘 지키면서 상대방의 권리 또한 최대한 배려해 주는 모습은, '좋은게 좋은거지~'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우리사이에~'로 대변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게 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FIFA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FIFA의 모습들을 보면서 현재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스포츠마케팅 분야나, 굳이 스포츠마케팅이 아닌 다른 홍보나 마케팅 분야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일해오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배우고 참조할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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