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용병 시대의 신인 2차지명

  • 입력 2001년 6월 19일 16시 39분


지난 6월 15일에는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이 있었다. 팀당 12명씩 모두 96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팀의 선택을 받았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투수는 48명,포수가 11명,내야수가 25명인 것에 비해 외야수는 12명에 불과하다. 물론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 고교야구의 특성상 포지션 구별이 무의미한 면도 있지만 내야수와 같은 숫자(1루수는 빼고)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외야수가 12명이란 것은 용병시대 신인드래프트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 예라고 하겠다.

프로 무대에서의 활약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예상 할 수 있는 상위 라운드지명 선수들의 수비위치를 살펴보면 그 편중 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1라운드에서 SK(3명)와 한화, 해태,롯데,현대는 모두 투수를 선택했고 LG, 삼성, 두산은 내야수를 골랐다. 외야수중 가장 첫 번째로 낙점된 선수가 신일고 김현수(삼성)로 전체 16번째였고, 그는 상위 30명을 찍을 때까지의 유일한 외야수였다. 해태는 아예 외야수를 지명하지 않았고,롯데와 두산은 한 명씩만 뽑았다.

비록 우승이 목표인지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인지가 헷갈려서 그렇지 프로야구단은 분명 기업체다.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해진 방침대로 지명을 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 남이 뭐라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용병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포지션이 있으니 바로 그것은 외야와 1루이다.

전통적으로 1루수는 수비가 떨어지지만 타격은 좋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자리로 인식되었다. 최근 들어 왼손 강타자들이 많아지면서 1루 수비의 중요성이 많이 대두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1루수의 수비는 2루수나 3루수의 그것 보다는 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루게릭의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칼 립켄 주니어가 깼을 때(엄밀히 말하면 그 시점에서는 일본의 기누가사의 기록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립켄의 기록을 높이 평가했던 것은 루 게릭이 1루수였던데 비해, 립켄은 유격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1루수는 수비력보다는 타력을 앞세워 선수를 기용하는 자리인 것이다. 얘기가 약간 옆으로 샜는데 한국에 온 힘 좋은 외국인 타자들이 가장 손쉽게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바로 1루수란 이야기 이다.

98년부터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팀마다 많은 선수들을 데려왔다가 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지껏 왔던 외국인 선수 중에 포수는 한명도 없다. 투수 및 야수들과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수자리를 외국인에게 맡길 감독은 없을 것이다.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는 어떤가? 국내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외국인 내야수는 몇 안 된다. 현재 SK의 브리또만이 남아 분전하고 있을 뿐 98년 한화의 치멜리스와 98-99 시즌을 뛴 OB(두산)의 캐세레스, 롯데의 브래디 등은 벌써 기억에서 멀어진 내야수 용병들이다. 결국, position players 중 대부분은 1루수와 외야수에 편중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토종 1루수와 외야수들은 드래프트에서 인기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아무 때나 맘만 먹으면 용병으로 채울 수 있는 자리이니 굳이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용병으로 메꾸기 어려운 내야수와 포수들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요즘 드래프트의 모습이다.

한때, 우리나라 프로축구팀들에는 외국인 골키퍼를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지금은 한국사람 신의손이 된 사리체프를 비롯한 많은 훌륭한 골키퍼들의 활약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 골키퍼의 수준이 저하된다는 여론에 밀려 결국 현재 K-리그에서 외국인 문지기는 쓰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그렇다고 야구에서 특정 포지션을 정해 '이 자리는 외국인 못함' 이라고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나라의 수준급 투수들은 많이 해외로 나가는데 외국에서 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왕대포들 뿐이니... 아마추어 1루수들하고 외야수들이 생존권보장 하라고 연좌시위라도 벌이는 게 아닌지... 호주산 수입생우의 도입을 막기위한 시위를 하던 농민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니 참... 나라는 사람도.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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