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는 언제 어디서 뒤집어질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각본 없는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펼침으로써 ‘꽉 짜여진’ 프로야구와는 또 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어딘지 덜 익은 듯 어설퍼 보이지만 분위기에 따라 경기 흐름이 확 뒤바뀌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것.
21일 개막하는 제5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역시 파란과 이변의 명승부를 기대하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회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전력 평준화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접전과 예상을 뒤엎는 명승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세기가 넘도록 수많은 ‘진기명기’를 연출해온 황금사자기의 역사가 바로 그 좋은 예.
추억의 필름을 29년 전으로 돌려보자. 72년 제26회 대회 때 군산상고는 부산고와의 결승에서 9회 말 1-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 추격전을 펼치더니 김준환의 천금같은 결승타로 5-4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뤘다. 이때부터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 ‘야구는 9회 말부터’라는 표현을 들어가며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80년 제34회 대회에서 선린상고와 광주일고의 결승도 고교 야구 전성기의 한 획을 긋는 명장면. 이때 이미 ‘국보급 투수’의 자질을 보인 광주일고 에이스 선동렬은 3-3 동점이던 8회 선린상고 박노준의 홈런 한방에 고개를 떨궜다.
97년 51회 대회 때 휘문고는 경남상고와의 16강전에서 4시간4분간의 마라톤 사투를 벌인 끝에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도 불꽃튀는 역전 드라마가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경기고와 속초상고의 16강전. 경기고는 10-12로 뒤진 7회말 3연속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뒤 기어이 결승점을 뽑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실상의 결승으로 불린 이 경기에서 고비를 넘긴 경기고는 당시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를 품에 안는 감격을 누렸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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