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US오픈 연장전]굳센 구센, 브룩스 2타차로 제압

  • 입력 2001년 6월 19일 18시 39분


19일 오클라호마주 털사 서던힐스CC(파70·6973야드)에서 열린 제101회 US오픈(총상금 500만달러) 연장전. 승부는 뜻밖에도 비교적 수월한 10번홀(파4·374야드)에서 갈렸다.

직전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마크 브룩스(미국)에 3타차로 앞선 라티프 구센(남아공)은 연속 버디를 낚아 이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브룩스를 5타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구센의 아이언티샷은 왼쪽 러프, 브룩스의 아이언티샷은 오른쪽 러프에 빠진 상황.

하지만 브룩스는 두 번째 샷이 곧장 그린을 겨낭할 수 없는 위치였다. 브룩스는 하는 수 없이 그린까지 80야드 지점의 페어웨이로 1타를 손해보며 레이업했고 결국 3온2퍼팅으로 뼈아픈 보기를 범하며 고개를 떨궜다.

반면 구센은 9번홀과 거의 같은 거리인 5m짜리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魔)의 18번홀’을 포함해 8개 홀이 남아 있었지만 게임의 흐름상 브룩스가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이후 ‘지키는 플레이’로 선회한 구센이 대부분의 홀에서 안전한 아이언 티샷을 날린 반면 브룩스는 드라이버 티샷이 잇따라 러프에 빠지는 바람에 파세이브하기에도 급급했다.

17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3타차까지 따라붙은 브룩스가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최종 18번홀.

공교롭게도 구센의 두 번째 샷은 오르막 그린의 턱에 맞고 30야드 이상 굴러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 나흘 내내 발휘됐던 구센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구센은 ‘전날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듯 웨지 대신 퍼터를 잡고 볼을 언덕위로 굴려 올려 홀컵 8m지점에 무난히 3온 시키며 ‘혹시나’했던 미국 갤러리들의 기대를 날려버렸다.

텍사스주 출신인 브룩스에게 일명 ‘텍사스웨지(퍼터)’의 사용법을 멋지게 선보인 구센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인 US오픈 정상에 오르며 90만달러(약 10억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구센은…

지난해 US오픈에서 공동 12위에 랭크된 라티프 구센(32)을 눈여겨본 골프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올 US오픈 정상등극의 ‘예고편’이었다.

구센은 촉망받는 주니어선수 시절을 보냈지만 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동갑내기 어니 엘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주니어 시절 벼락을 맞은 후유증에 시달려왔던 그는 프로에 데뷔한 이후 6년 만인 96년 유럽투어 첫 우승(노섬벌랜드 챌린지)을 하고 97년 1승을 추가하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99시즌을 앞두고 스키를 타다 골프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왼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그는 이후 계속된 심리적 불안 증세를 정신과 치료로 어렵게 극복해 99년과 2000년 유럽투어에서 1승씩을 보태며 눈물어린 재기에 성공했다.

출전 횟수가 적었던 미국PGA투어에서는 그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세계랭킹 50위 이내(구센은 44위) 자격으로 예선을 면제받은 올 US오픈에서 마침내 ‘사고’를 친 것.

1m83, 80㎏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구센은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92야드에 이르는 장타자. 이번 대회에서는 타이거 우즈(미국)에 못지 않은 298.3야드를 날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입증했듯 그린적중률이 유럽투어에서 평균 73%를 기록할 정도로 정교한 아이언샷을 겸비한 그의 약점은 라운드당 30개가 넘는 퍼팅.

하지만 그는 ‘실크 스카프’에 비유되는 서던힐스CC의 그린을 평균 28.75개의 퍼팅으로 정복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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