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시위 손해배상 각오해야

  • 입력 2001년 6월 19일 18시 40분


대규모 불법시위는 시민들에게 단순히 불편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천명이 서울 중심가 차도와 인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다 보면 주변 상인들은 장사를 망칠 수밖에 없고 불의의 부상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동안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주동자 형사처벌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실제로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엄포로 끝난 적도 많았다. 결국 피해를 본 사람만 손해였다.

검찰이 노동계의 불법시위나 파업 등 집단행동에 따른 시민 피해를 적극 구제키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검찰은 어제 전국 검찰청에 ‘불법 집단행동 피해신고 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피해신고 내용이 형사사건인 경우 적극 수사에 나서 불법행위자를 처벌하고 민사사건은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의 기본업무는 범죄수사와 이에 따른 공소제기다. 때문에 검찰이 민사소송을 지원키로 한 데 대해 교묘한 노동계 탄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불법시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민사소송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그 같은 검찰의 방침에 동의한다. 검찰은 공익(公益)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주말마다 계속된 노동계의 서울도심 시위로 종로 일대 상인들은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이 일대 상인의 80%가 가게를 내놓았지만 시위 피해가 알려지면서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보도다. 공공시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시위 때마다 보도블록 화단 등 공공시설물이 훼손돼 주변 상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적잖은 고통을 겪고 있다.

노동계도 검찰과 경찰의 불법시위 엄정 대응 방침에 반발만 할 일이 아니다. 약자인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한다면서 다른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법시위는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호응은커녕 모두들 등을 돌리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스스로 다짐했듯이 법 집행에 더욱 엄정해야 한다.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놓고도 사태가 해결되면 흐지부지 넘겨버리는 원칙없는 대응을 계속해선 안 된다. 이 같은 무원칙이 결국 불법 집단행동을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선거 등을 의식해 노사문제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한 잘못된 관행에서 검찰부터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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