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손대기조차 힘든 그의 슬라이더는 ‘선동렬 이후 최고’라는 찬사까지 들을 정도였다. 데뷔 첫 해 17승에 한국시리즈 우승과 신인왕, 골든글러브 수상….
하지만 ‘염종석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한때. 염종석은 이듬해 간신히 10승을 올린 뒤 슬럼프에 빠졌다. 게다가 슬라이더를 너무 자주 던지는 바람에 팔꿈치에 무리가 가 96년엔 팔꿈치 부상으로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부상은 그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때 등에 입은 화상으로 투구를 던질 때 어깨가 계속 당기는 현상이 지속되자 97년엔 등 화상흉터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해엔 다시 팔꿈치와 어깨부상으로 고작 시즌 6경기 출전.
많은 사람들은 “염종석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왔다. 지난달 22일 사직 해태전에서 첫 등판, 147㎞의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부터 중간계투로 제 몫을 해낸 것.
염종석이 1년9개월여 만에 선발로 등판한 19일 인천 SK전.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씻으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5이닝 동안 17타자를 맞아 볼넷 없이 단 한 개의 안타(홈런)만 내주며 2실점(1자책)의 호투.
2-2 상황에서 물러난 염종석은 뒤늦게 팀타선이 터지는 바람에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예전의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이 살아났음을 확인한 게 큰 소득이었다. 롯데는 2-2인 7회 2사후 연속 5안타로 승부를 갈랐다. 6-2 승리.
잠실경기에선 김재현이 개인 통산 100홈런을 친 LG가 해태를 9-3으로 눌렀고 현대는 수원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전준호를 내세워 두산에 10-4로 이겼다. 선발 6과 3분의1이닝 동안 5안타 2실점한 전준호는 시즌 7승(2패)으로 다승 공동 3위로 나섰다.
한편 대구 삼성-한화전은 비로 연기돼 20일 오후 2시30분부터 연속경기로 열린다.
<장환수·김상수·김종석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