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이후 퇴근할 때까지 회사내에서의 동선(動線)을 추적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K씨는 ID카드가 영 불편하기만 하다.
“점심을 먹으러 나올 때에도 ID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그렇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나?”
이런 불평을 동료들에게 늘어놓던 K씨는 입사 2년 만에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능숙히 다루는 ‘디지털맨’으로 변신했다. 그의 목에는 ID카드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기와 디지털녹음기까지 주렁주렁 달려 있을 정도.
‘디지털맨 K씨’는 최근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오작동’을 일으켰다.
개찰구를 통과하려고 카드를 갖다 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 두세 차례 더 시도했지만 문은 막무가내로 열리지 않았다. 주위사람들이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며 지나쳐 갔다.
보다 못한 역무원이 다가와서 점잖게 한마디했다. “선생님 왜 이러십니까. 여긴 회사가 아닙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회사 ID카드였다는 것을 ‘깨우쳤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