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근영 금감위장"하반기 회사채만기 우려할 수준아니다"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51분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사진)은 20일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34조원의 회사채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4조원 가운데 스스로 상환하거나 차환발행할 수 있는 우량 기업과 법정관리, 화의기업 등의 회사채를 제외하면 문제가 되는 것은 12조8000억원 규모”라며 “이것도 14조∼16조원의 프라이머리 CBO발행, 비과세 고수익채권, 채권중심의 랩 어카운트 등을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다시 불거진 하반기 자금시장 불안 우려에 대해 7일 한국은행 총재, 12일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18일 재정경제부 장관, 20일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까지 “하반기 자금시장 불안은 없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최고위 인사들이 앞다퉈 진화(鎭火)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자금선순환 징조인가〓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금사정은 개선되고 있다. 설비투자가 부진한데도 회사채는 순발행되고 은행의 기업대출 역시 증가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5월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동기대비 23.8% 늘었고 ABS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는 무려 동기대비 128.5%(12조165억원)나 발행됐다. 특히 이번 회사채는 무보증에다 만기 2년 초과 위주로 발행돼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보증전가로 인한 신용위험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보다 건실해진 것.

또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낮은 등급인 BBB급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 BBB0급은 지난해 동기대비 370.1%, BBB-급은 14.1%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기업대출 역시 3월 1253억원에서 5월 2조344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를 볼 수 있는 기업어음(CP) 역시 순발행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의 반응〓회사채 등급간의 스프레드(금리격차)가 줄고 있는 등 시장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떼일 것을 우려해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만 사면 낮은 등급 회사채와의 스프레드는 벌어진다.

그러나 2월 5.0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AA-급과 BBB-급 회사채간 금리차는 3월 4.76%포인트, 4월 4.69%포인트, 5월 4.28%포인트, 6월 20일 현재 4.20%포인트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투신사와 증권사들이 그동안 기피한 낮은 등급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

세이에셋코리아의 김찬주(金燦柱) 채권운용팀장은 “정책담당자들의 발표에 시장이 동조하는 분위기”라며 “BBB0이하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실제 우량 회사채와의 금리격차가 발표된 것보다 2%가량 더 낮을 정도로 공급이 달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마득락(馬得樂) 채권영업부장은 “시장 불안은 없어 보이나 기업재무구조 개선 등의 노력이 없이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 구조적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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