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권리락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가가 싸보여 매수세가 따라붙는 바람에 금방 원상회복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묻지마투자’가 낳은 해프닝이다.
유상증자는 당장 주당가치, 즉 주당순이익(EPS)의 하락을 가져온다. 순이익이 정비례로 늘어난다면 복구가 되겠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타이밍의 문제로 보면 유상증자 결정 자체가 경영진이 “현 주가수준이 괜찮다(고평가돼 있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증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다.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는 곳은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설비투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는 재무제표에서 알 길이 없다. 성장단계상 기업의 위치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운영자금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불가피하게 묶이는 자금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주문에 대기 위해 원재료 재고가 늘고 매출채권(외상매출)도 덩달아 늘어난다. 매출이 증가하다가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하면 상품재고가 쌓이고 매출채권도 역시 늘어난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자금 소요의 주범이다.
보유자금은 대차대조표 당좌자산항목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과 투자자산항목의 장기금융상품 규모로 알 수 있다. 당해연도 순이익과 감가상각비도 자금줄 역할을 한다.
필요자금에서 보유자금을 뺀 것이 기업이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돈이다. 요컨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갑자기 많아지면 증자 가능성이 커진다.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증자 자체가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업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상황이라면 증자〓빨간불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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