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적자' 결국 세금으로?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51분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처럼 되어온 금강산 관광이 어떤 이유에서건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제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는 발표를 접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걱정스러운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적자 덩어리’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광공사가 참여키로 했다는 것은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하든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을 받든 현대가 북측에 지불하지 못한 관광대가 2200만달러를 정부투자기관인 관광공사가 떠맡기로 했다는 뜻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의 적자를 정부가 세금으로 갚아 주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집권 초부터 강조해온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셈이 된다. 전후 사정이 어떠했든 스스로 제시한 약속을 저버리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더욱이 관광공사는 올해부터 330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는 ‘부실 기업’이다. 이런 공기업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파트너가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가 더 큰 부실을 떠맡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보장하는가.

우리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관건은 경제성 확보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보면 정부나 현대, 관광공사 모두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지 않은가 걱정스럽다. 관광공사 조홍규(趙洪奎) 사장은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는 2003년에는 적어도 50만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게 될 것이고 빠르면 2003년부터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강산에 대한 국민의 신비감도 상당 부분 사라졌고, 오히려 금강산 관광의 불편함이 널리 알려진 상태다. 금강산 관광객 수도 올 들어 3월까지 2만4000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0%대, 4∼5월에는 30%대로 급격하게 줄었다. 육로관광이 실현된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일거에 반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때 현대측이 장밋빛 낙관론으로 일관하다가 오늘의 부실을 낳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북측에 지불하는 관광대가가 더 현실화돼야 한다. 현대측은 관광객 수에 상관없이 한달에 1200만달러씩 지불하던 방식에서 1인당 얼마씩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철저하게 경제적 평가에 바탕을 둔 것일 때에만 ‘금강산 가는 길’은 막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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