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미국에서는 6·25전쟁을 새롭게 기억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어 왔다. 1995년 7월 27일 워싱턴광장에 한국전쟁기념공원이 조성되었고 인터넷공간을 활용한 기념 활동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25전쟁은 정작 한반도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지역 중고교생의 42%가 6·25전쟁이 언제 발생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니 전쟁세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이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전쟁유산을 국제평화관광자원화하고 그 세계사적 의미를 부각시킨다면 젊은 세대들은 자진해서라도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겨볼 것이다. 6·25전쟁의 유형 및 무형의 유산들은 일본이 평화 이미지 구축을 위해 활용한 2차세계대전 유산에 못지않은 활용 가치가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이러한 측면에 주목해 산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6·25전쟁 유산의 관광자원화를 지자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안보관광 개념보다는 평화관광 개념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며 지자체의 수익증대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역사친화적, 환경친화적인 국가이미지 사업의 일환으로 전개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는 노력도 비무장지대만을 따로 떼어 신청하기보다는 부산유엔묘지, 낙동강다부동전투지역, 거제도포로수용소 등을 하나로 묶어 혼성유산으로 신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6·25전쟁에 참전했던 국가들과의 협력모델이 적극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외국인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들과의 교류를 추진해온 유엔한국참전국협회,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을 위한 보은사업을 펼쳤던 삼성콜롬보재단 등의 경험을 참고해 보다 조직적이고 항구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유엔군 참전 16개국에 한정되어 있던 활동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과거 공산권 등지로 확대하는 것도 6·25전쟁 유산을 국제평화용으로 활용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전쟁 유산의 국제평화적 활용을 위해 남북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립되는 주장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전쟁이 남긴 유산을 한반도 및 전 세계의 다음 세대들이 공유할 수 있는 평화자산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이미 10여개의 국제여행사가 북한관광상품을 개발해 놓고,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판문점’이나 ‘비무장지대’는 물론 남쪽과 북쪽의 전쟁유산을 연결해 국제평화관광자원화하는 것은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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