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물론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다. 그레나다를 침공하고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는 등 ‘미국의 힘’을 앞세운 정책을 폈으며 경제도 양호해 국민의 인기를 얻었던 대통령이다. TV를 통한 설득정치에 능한데다 항상 웃는 얼굴과 세련된 제스처로 지지자를 양산했다. 1989년 퇴임할 때 78세로 미국 역대대통령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그는 몇 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 못한 채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의 간호를 받으며 투병중이다.
▷그런 레이건이 최근 새롭게 ‘신화적 인물’로 부상한다는 보도다. 미국의 중진 정치인들과 공화당 지지자 등이 “미국인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레이건의 업적을 기리자”며 대대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10달러 짜리 지폐에 새겨진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의 초상 대신 레이건을 넣고 미 전역 3067개 카운티마다 기념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이미 그의 이름을 딴 공항이 있고 항공모함과 고속도로, 정부청사, 연구소, 학교 등이 그의 이름을 쓰고 있는데도 그 정도론 안된다는 얘기인 것 같다.
▷레이건이 과연 그렇게 위대한지는 차치하고 우선 부러운 느낌이 든다. 도대체 그 나라는 어떤 나라기에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을 기념관에 모시고 돈에 초상도 새겨넣자고 할 정도로 추앙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언행이나 일삼고 그래서 나들이에 나섰다 계란 세례나 받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을 대입해보면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쯤 세종대왕이나 율곡, 퇴계의 초상 대신 그의 얼굴을 돈에 넣자고 주장할 만한 전직대통령을 보게 될까.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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