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美업계 EU상대 'M&A로비전'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51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설적인 경영자인 잭 웰치 회장(65)이 지난해 10월 미국의 항공기 부품 제작사인 하니웰 인수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미국의 관련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인 GE가 소형 항공기 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하니웰까지 인수하면 GE와의 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

이에 따라 특히 GE와 경쟁관계에 있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와 록웰 인터내셔널은 자사의 간부진과 변호사들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급파해 EU를 상대로 GE―하니웰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로비를 펼쳐 왔다.

이들이 미국 법무부가 아닌 EU 집행위로 달려간 것은 EU가 대규모 인수합병건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심사기준이 엄격하기 때문.

EU는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합병에 대해서도 유럽의 경쟁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승인 여부를 심사해 독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합병 승인 요청을 기각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기업의 유럽연합(EU) 로비 사례

안 건로비 주체EU 결정사항
GE―하니웰 합병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록웰 인터내셔널
7월 12일
결정 예정
타임워너―EMI 합병디즈니합병 승인
요청 기각
AOL―타임워너디즈니조건부 승인
스프린트―월드컴 합병GTE합병 승인
요청 기각
보잉―휴즈 일렉트로닉스 합병록히드 마틴합병 승인
마아크로소프트의
독과점 행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진행중
인텔의 독과점행위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진행중

이처럼 유럽의 반독점 관계 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펼쳐 미국 내 경쟁업체의 합병을 저지하려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반독점 당국이 합병에 대해 이전보다 관대해지자 EU를 설득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

워싱턴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인 글렌 마니시는 “미국보다는 유럽을 상대로 로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최근 5, 6개 미국 기업으로부터 EU를 상대로 로비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독과점 당국은 합병 승인을 심사하는 데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업계 점유율 등 독과점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주장을 훨씬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6월 EU가 미국 장거리전화서비스시장의 2, 3위 업체인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무산시켰을 때도 경쟁업체인 미국 GTE의 로비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트 디즈니의 경우 미국 내 경쟁사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타임 워너와 합병할 때 유럽측에 로비를 펼쳐 AOL이 독점요소가 있는 부문의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버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과점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EU측에 강력히 주장해 왔고 그 결과 현재 EU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월드컴―스프린트 합병 저지를 위한 로비에 참여했던 GTE의 피터 토니스는 “다국적 기업이라면 앞으로 합병을 고려할 때 EU를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