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MS-AOL 또 마찰…'윈도XP'에 인터넷SW 장착 협상 결렬

  • 입력 2001년 6월 20일 18시 51분


빌 게이츠(왼쪽) 스티븐 케이스
빌 게이츠(왼쪽) 스티븐 케이스
미국 첨단기술 업계의 선두주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메리카온라인(AOL)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두 회사 사이는 애초부터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양사 간에 모처럼 진행되어온 제휴 협상이 최근 결렬됐기 때문.

미디어업계의 거인, AOL―타임워너 산하의 AOL은 MS가 새로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OS)로 10월에 출시할 ‘윈도 XP’에 AOL 접속 인터넷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한동안 제휴협상은 순조로워 보였으나 AOL은 18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MS가 AOL의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하되 AOL이 사용해온 동영상 음성 실현기술인 ‘리얼네트워크스’는 사용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었다. AOL측은 MS의 이 같은 요구는 자사가 개발한 음성 동영상 구현 소프트웨어인 ‘프레스플레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AOL은 한발 더 나아가 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계획은 시장점유율이 엄청난 컴퓨터 운영체제에 자사가 개발한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실상 끼워 파는 것으로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AOL은 MS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협상 결과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지만 리얼네트워크스와의 관계상 MS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리얼네트워크스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휴사업도 벌이고 있기 때문.

AOL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두 회사는 법정에서 두 번째로 격돌하게 되는 셈.

지난해 미 법무부가 주도한 MS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AOL의 스티븐 케이스 회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이 정부측 증인으로 출석해 MS측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사실 MS와 AOL의 제휴협상이 시작됐을 때 MS측에 불리한 증언을 했던 AOL측 인사들이 제휴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협상 결렬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결론이 어떻든 양사 모두에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MS는 법무부와 지루한 소송을 벌이다 지난해 독점 요소 해소책으로 분사 등의 안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반독점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MS는 다시 대규모 송사에 말려들면 경기불황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로 경영 상태가 나쁜 터에 치명적인 악재를 만나게 된다.

AOL로서도 인터넷 프로그램 설치 협상이 비록 결렬됐다고는 하지만 세계 컴퓨터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쥔 MS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일이 될 수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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