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왼손잡이는 LG트윈스 김성근 감독대행이 유일하다.
그런 김 감독대행이 요즘 팀 내 왼손잡이 선수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왼손 타자는 펄펄 날고 있는 반면 왼손 투수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김재현-이병규-양준혁-서용빈으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LG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19일 잠실 해태전에서도 이들은 안타를 2개 이상씩 쳐내며 9-3 완승을 이끌었다. 9타점 가운데 무려 8타점을 올렸고 9득점 중 6득점을 책임진 것.
특히 이날 4타수3안타의 맹타를 날린 서용빈은 타율을 0.301로 끌어올리며 97년 이후 4년 만에 3할대 타자의 반열에 올라설 발판을 마련했다. 전에 없이 단단한 각오를 보이며 해내야겠다는 의욕에 넘쳐 있다는 게 그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칭찬. 서용빈은 스윙 폭이 좁아지면서 정교함까지 갖췄다는 평가.
최근 5경기에서 김재현은 타율 0.435, 이병규 0.500, 서용빈이 0.500을 각각 기록하며 타격에 물이 한껏 올랐다.
자고 나면 바뀔 만큼 변동이 심했던 LG 타순은 왼손 타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거의 변화 없이 안정감을 찾았다.
김성근 감독대행은 “시즌 초반 스윙 폭이 크고 아무 볼에나 배트가 돌아가던 왼손 타자들이 자기 볼만 치기 시작하면서 제몫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강 좌타선과는 달리 왼쪽 투수진은 무기력한 모습. 선발 발데스가 시즌 5승(4패)을 올렸을 뿐 유택현 이승호 최창호 등이 돌림병에라도 걸린 듯 동반 부진에 빠져 있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간간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유택현은 최악의 피칭으로 평균 자책이 10.38로 치솟았다.
최창호와 이승호는 컨디션 난조에 투구 동작이 흐트러져 아예 2군으로 밀려난 상태. 변변한 왼손투수가 없다보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투수 교체가 힘들어 코칭 스태프의 애를 태우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