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주요 그룹의 계열사 사장에서 은행장, 신생 벤처기업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CEO 100여명이 망라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강석진 GE코리아 사장 표현)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은 힘은 무엇일까.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강사장은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해 CEO들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활동의 주역인 CEO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는 점을 절감했다는 것.
한국CEO포럼은 오너 경영인에게 문호가 개방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주축은 과거 ‘월급쟁이 사장’ 정도로 폄하됐던 전문경영인이다.
기자가 평소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국의 전문경영인은 정치인이나 관료에 결코 뒤지지 않는 능력을 지닌 엘리트였다. 본인들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늘 뒷전이었고 정책의 객체에 불과했다. 오너 위주의 기업문화에 익숙했던 한국적 풍토에서 전문경영인이 ‘무대의 전면’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상당수 참석자들은 ‘열심히 해보자’며 의욕을 다졌다. 그러나 이 단체가 구성원간의 친목을 다지는 ‘그렇고 그런 단체’로 타락할 가능성도 걱정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는 “물론 자주 모여야겠지만 설립취지를 잘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주인터내셔널의 김성주 대표는 “밥 한번 먹고 헤어지는 자리라면 곤란하다”며 “21세기 한국의 기업문화와 경영인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탓하기에 앞서 그동안 우리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CEO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부터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사꾼’들의 조용한 혁명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시작됐다.parkwj@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