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인터넷경매업체 옥션이 카드사로부터 받아야 할 41억원을 지급보류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표면화된 이 분쟁은 이제 양 업계간 자존심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카드사는 이번 기회에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 사이버깡을 뿌리뽑겠다는 태도. 반면 전자상거래업체는 지나친 통제는 전자상거래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부가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정부측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28일에는 전 카드사와 10여개 전자상거래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
▽수세(守勢)에 몰린 전자상거래업계〓옥션외에도 10여개의 전자상거래업체(전자지불서비스업체 포함)가 사이버깡 혐의로 돈이 묶여 있다. BC LG 삼성 국민 외환 등 5개 카드사가 담보조로 붙잡고 있는 금액은 줄잡아 100억여원. 이중 옥션이 41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동안 물밑 접촉을 벌여온 양측은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도 3,4개월이 지나야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던 불법 현금융통업자들이 대거 인터넷공간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사실을 고려하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전자상거래업체에 ‘사이버깡으로 인한 지급보류를 감수한다’는 일종의 항복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는 나아가 각 전자상거래기업과 관련된 협력업체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목적으로 세부 매출현황을 월단위로 제출하라고 요구, 반발을 사고 있다.
○○카드사 대금 지급보류 현황 | |
(단위:백만원) | |
전자상거래업체 | 지급보류금액 |
옥션 | 1200 |
티지코프 | 300 |
이니시스 | 200 |
데이콤 | 100 |
동성정보통신 | 100 |
나이스카드정보 | 100 |
한국사이버페이먼트 | 30 |
텔렉 | 10 |
와와컴 | 10 |
인터뱅크 | 10 |
케이에스넷 | 5 |
올앳 | 3 |
합계 | 2068 |
경영난이 심각한 중소 상거래업체들은 이미 대표이사 명의의 서면동의서를 각 카드사에 제출했다.
▽묘책은 없나〓카드사들은 문제된 전자상거래업체들의 경우 사이버깡 관련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건당 결제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고액거래의 경우에는 70∼80%가 카드깡이라는 설명.
B카드사 신용관리 담당자는 “사이버깡은 대체로 고액이고 12∼18개월의 장기간 할부구매 형태를 띤다”면서 “한두달 연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년 이상 계속 연체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관리를 위해선 사전 봉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의심나는 매출을 자체적으로 취소시키고 감시직원을 확충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카드사들은 문제있는 전자상거래업체의 경우 아예 카드를 받지 못하도록 카드가맹점계약을 해지시키거나 고위험에 따른 벌칙 성격의 높은 수수료 적용 등을 검토중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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