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교땅 절반 이미 외부인 차지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52분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그는 6년 전쯤 잘 알고 지내는 토지 중개 전문업자가 땅투자를 강력히 권유했다고 한다.

“많이도 말고 한 100평만 사두시고 5년쯤 잊고 계세요. 제대로 한몫 볼 겁니다”라며 귀찮을 정도로 투자를 추천했다는 것.

추천했던 땅이 요즘 부동산 업계의 최대 화제가 되고 있는 판교 신도시 주변지라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용인 일대의 아파트 건설 붐이 초기 수준에 머물렀고, 정부가 수도권 주변에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으므로 “높은 투자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장사꾼의 의례적인 수사(修辭)로만 여겨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쯤 지나자 판교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고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판교 개발은 거의 기정사실화한 듯하다.

구체적인 개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발빠른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일대의 적잖은 토지를 확보해둔 상태다.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자료에도 판교 신도시 개발 후보지의 토지소유자 6332명 가운데 외지인이 3442명이나 된다. 절반을 넘는 수치다.

건교부는 이들 투자자가 얻게 될 투자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투자 열기를 막으려고 국세청 등과 공동으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지만, 이들이 적잖은 이익을 거둘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됐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정책 당국자가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흘리게 되는데 이런 정보를 접하는 경우다. 문제는 이같은 정보 유출은 불법인데다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또 이런 식으로 흘러나왔다고 알려진 얘기의 70∼80% 이상은 거짓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국토 계획의 흐름을 읽는 경우도 있다. 판교도 서울의 인구가 크게 줄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인근 지역의 개발 압력도 상승, 언젠가는 개발될 땅이었다. 이런 점에서 남북 관계의 호전, 서울 주변에서 미개발지로 남아 있는 지역을 고려하면 김포 파주 의정부 광주시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도로와 상하수도 건설 계획은 빠뜨려선 안될 관심 사항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전문가인 토지공사의 김명섭 수도권계획도시기획단장은 “이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적잖은 투자비가 들기 때문에 이런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각종 토지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중장기 개발 계획도 핵심 체크 사항이다. 다만 환경 보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산이나 강 등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수립되는 개발 계획은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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