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루키즘’이란 유령이 전 세계를 배회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루키즘이란 이른바 ‘외모지상주의.’ 1999년판 ‘20세기 단어사전’은 루키즘을 ‘외모를 근거로 한 편견이나 차별’로 정의한다.
아닌게 아니라, 뚱뚱한 여성의 경우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한 차별을 당하기 십상이다. 외모는 단지 외모에 그치지 않는다. 외모는 미(美)와 관련이 있고 이는 곧 섹시미와 연계된다. 뛰어난 외모를 지닌 사람은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현대인에게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 또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런 현상은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자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교훈들 중엔 ‘고운 몸매’ ‘아름다운 맵시’ 등 여성의 외모를 중시한 단어가 많다. 어릴 때부터 이런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니 어쩌면 우리 사회의 루키즘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 황당한 것은 국내 모 방송국의 설문조사 결과다. ‘외모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가’란 질문에 무려 조사 대상자의 90%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거래처 남성이 잘 생겼거나 또는 섹시한 여성이 담당자라면 비즈니스 또한 한결 쉬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성생활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도 따지고 보면 ‘뚱뚱한 중년 부인’보다 ‘날씬하고 예쁜 어린 처녀’를 선호하는 한국 사회의 루키즘이 한 원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침투한 루키즘을 곰곰이 되짚어보자면 ‘이영자의 눈물’도 일면 이해가 된다.
< 정규덕/부산 호텔롯데 이지웰비뇨기과 원장 > www.Dr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