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언론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강력한 정부의 공세가 약속이나 한 듯 연일 계속되거나 또는 예고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언론에 대해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발표된 과징금의 경우 언론사별 부과 규모가 정부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사와 그렇지 못했던 언론사간에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과연 우연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국내법에 의해 영위되는 어떤 기업도, 또 어떤 언론사도 세무상 혹은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의무상 특혜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조사가 신뢰성있는 정부기관에 의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다면 언론사건 누구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의 기준과 방식, 그리고 발표내용이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춰 현저하게 형평성을 잃고 있다면 언론사뿐만 아니라 그 독자들까지 정부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30대 그룹과 공기업 이외의 어떤 기업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한 사실이 없는 데다 과거 4대 그룹에 대해 방대한 조사를 할 때도 조사기간이 50여일에 불과했는데 중소기업 규모의 언론사를 68일 동안이나 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금번 조사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부과된 과징금이 작년에 조사를 받은 30대 그룹 중 과징금이 부과됐던 7대 그룹의 경우보다 더 많을 정도로 초대형이라는 점과 이례적으로 언론사쪽의 소명자료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당사자는 물론 국내외 여론으로부터 승복과 호응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다.
공정위의 존재 이유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법률적 전문가들이나 혹은 경험이 많은 대기업의 담당자들조차 언론사가 시장에서의 거래질서를 얼마나 어겼으며 또 그처럼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만큼 행위자체가 악질적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과거 관례대로라면 이번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된 정부의 진정한 의도와 배경도 정부의 주체가 달라질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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