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스타일의 에세이스트로 필력을 과시하는 김훈씨와 사진작가 허용무씨가 한반도 남단의 섬 진도를 찾았다. 김씨는 이미 자신의 에세이집인 ‘자전거 여행’과 소설 ‘이순신’을 통해 이 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유려한 문장으로 찍은 진도 다큐멘터리에는 자연과 삶이 함께 출렁거리는 신명이 가득하다. 허용무의 카메라는 진도와 진도 사람들의 신명과 애환을 손에 잡힐 듯이 포착해 눈앞에 펼치듯이 보여준다.
진도가 갖는 원초적 흥이란 산자와 죽은자가 화해하는 ‘씻김굿’에서도, 재담 넘치는 상여놀이인 ‘다시래기’에서도, 소포리 노래방의 신바람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섬의 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의 탈정치성과, 유배자들의 평화로운 자연귀의, 삼별초의 호국열정의 뭉클한 역사를 발견하고 있다. 거기에 무업(巫業)을 잇는 신세대 단골, 섬에 뿌리를 내린 보건진료소 소장, 봄이면 쑥을 캐는 할머니, 농촌 삶의 고통을 노래하는 시인의 육성도 실었다.
서울출신인 김씨는 이 섬에서 ‘보편적 고향’을 발견하고 행복했다고 적고 있다. ‘사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들에 서로 기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인식을 확장시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는다.
“진도는 원형(原型)의 섬이다. 삶의 모든 국면들을 포괄하는 힘세고 순결한 원형들이 이 섬에서 비롯되었고 거기서 축적되었다. 그러므로 진도는 섬이 아니다. 진도는 세계적이고 진도는 보편적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음악과 놀이와 그림과 무속의 ‘순결한 원형’들이 어떻게 이 섬에서 비롯되어 완성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주민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 용해되었는지 보여주는 행복한 기록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