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역사의 한 토막을 찾아 14년간을 일본과 중국, 국내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닌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회장이자 성폭력피해상담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문숙(金文淑·여·74)씨.
그가 정신대 할머니들의 영혼 한 조각이라도 거두어야겠다며 혼신의 힘을 쏟은 과정을 한권의 책으로 펴내 화제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마라’는 부제로 만들어진 이 책 제목은 ‘쓰러진 자의 기도’(푸른별).
205쪽 분량에 ‘에세이집’ 형태로 펴냈지만 그가 그동안 겪었던 사실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정신대 할머니들이 목터지게 부른 절규의 노래집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눈물에 얼룩진 상한 자존심을 이제 찾아 주어야 한다’는 서문으로 시작된 이 책의 수입은 고스라니 정신대 할머니들의 위령탑 건립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의 정신대 문제 관련 활동은 1987년 일본의 한 서점에서 쯔노다 후사꼬(角田房子)씨가 쓴 ‘민비 암살’이란 책을 접하면서부터.
과거에 대한 책임도 없이 극악무도하게 남의 나라 국모를 공개 살인한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을 보면서 잃어버리고 살아온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부터 시작 한 것.
일본과 중국을 수시로 넘나들며 수집한 정신대 관련 자료, 일본에서 만난 정신대 출신의 한국 할머니, 신분노출을 꺼리던 정신대 할머니들의 신고전화 개설, 정신대 문제를 일본에서 정면으로 고발해 온 일본인 및 재일한국인 예술인들과의 만남 등이 섬세하게 소개돼 있다. 92년부터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법정에서 벌인 ‘부산 종군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공식사죄 등 청구사건’ 투쟁 이야기는 이들을 위한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간절했던가를 보여준다.
부산지역에 생존해 있는 9명의 정신대 할머니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는 그는 “이들과 이미 죽은 자들의 영혼에 부끄럽지 않게 한 여성으로서, 또 조국의 딸로서 의무를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051-621-0800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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