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성공을 거둔 PC사업부문을 교두보로 21세기 신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는 “아날로그시대의 패자가 마쓰시타(松下)였다면 디지털시대의 패자는 소니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네트워크시대로 간다〓안도 구니타케(安藤國威) 사장은 기자에게 “소니는 가전업체가 아니다. 모든 가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다.”고 잘라 말했다. 네트워크의 핵심인 PC부문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 미국 최대 전자기업인 휴렛패커드(HP)의 최고경영자인 칼리 피오리나가 2년전 “모든 전자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며 선언했던 네트워크 개념과 흡사하다.
소니의 변신은 97년 내놓은 노트북PC ‘바이오’가 결정적 계기였다. 바이오는 불과 4년만에 일본 PC시장의 35%를 차지하면서 ‘네트워크 소니’의 청사진을 그리는 밑바탕이 되었다.
소니의 네트워크 전략은 유선에 이어 무선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금년 3월 시판에 나선 PDA(개인디지털정보기기) 클리에가 그것. 관련업계는 소니가 무선 인터넷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네트워크를 유무선으로 ‘전천후’화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년 하반기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Ⅱ(PSⅡ)도 ‘네트워크 소니’를 이끌 주력기종으로 지목된다. 지난 1년간 이미 1000만대가 보급된 PSⅡ는 게임기라기 보다는 PC에 가까운 성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소니는 이를 중심으로 홈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중이다. 소니가 PSⅡ를 원가의 절반수준인 3만9800엔에 판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PSⅡ가 몰고올 ‘네트워크 파급효과’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네트워크식 조직개편〓기술과 제품 뿐 아니라 조직관리도 네트워크형으로 재편하고 있다. 금년4월 도입한 EMCS(engineering management consumer-service)가 대표적. 이는 일본내 11개 공장에 있던 인사 구매 관리조직을 일원화하는 대신 각 공장은 공정개선과 고객관리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 피동적으로 생산만하던 도호쿠(東北)지방의 공장 하나는 이미 문을 닫았다. 한마디로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마련한 것.
도쿄에서 15㎞의 해저터널을 지나 40여분만에 도착한 치바(千葉)현의 키사라주(潮見)공장 도 ‘네트워크 협력’의 상징이었다. 대표 제품인 바이오(VAIO)와 ‘클리에’를 생산중인 이 공장은 직원 2596명 가운데 무려 57%(1480)명이 ‘임시직’인 것이 특징. 이들은 日總工業, 다이테크㈜ 등 6개 외부 회사에서 파견된 인력들로 핵심제품인 VAIO와 클레오를 직접 조립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 아오누마 유키오(靑沼行雄)프레지던트(사장 격)는 “제품의 사이클이 빨라져 제조인력도 수시로 재배치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킹’을 강조했다.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6개 회사는 공장내에 3, 4평 크기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자사인력을 현장지휘하고 있다.
<도쿄〓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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