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까지만 해도 국내 화랑에서 초대전 한번 갖지 못할 정도로 홀대받던 그가 일약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혀 초대전을 갖게 된 것은 미술계에서 또하나의 ‘성공신화’로 꼽을 만 하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오로지 그가 해외미술계에서 이룬 업적 덕분이었다.
1995년 LA 국제전시장에서 세계적인 화상들이 그의 그림들을 대량 구입한 것을 비롯, 98년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와 지난해와 올해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출품작들이 매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번달 열린 바젤 아트페어에서는 200호 짜리 작품이 호주 캔버라 국립미술관에 컬렉션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그의 작품이 갖고 있는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그가 추상화 작업을 하다 한지 작업으로 옮겨간 것은 94년 경. 어린 시절 한의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추억을 되살려 옛날 책에서 뜯어낸 한지로 약재 봉지 모양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감싸고 이를 화판 위에 차곡차곡 붙이는 작업을 했다.
한지로 감싼 스티로폼 조각 조각을 옆으로 눕히거나 모로 세워 붙여 돌기가 두드러진 작품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 작업이 국제 화상들이 참가하는 아트페어에서 주목을 받아 ‘깜짝 스타’로 부상한 것.
이번 전시에 그는 신작 50여 점을 내놓는다. 100∼1000호의 평면 대작 뿐 아니라 3점의 대형 입체 작품을 새로 선보여 관심을 끈다.
입체 작품들은 어두운 조명을 방속에 높이 3m 지름 1.5m의 기둥 12개가 가득 들어차 있어, 허물어져 가는 고대의 성벽을 연상시키는 작품(한지로 감싼 삼각형 스티로폼이 100여만 개나 소요됨)과, 금방 터져 미술관을 날려 버릴 것 같은 대형 폭탄을 연상시키는 공 모양의 작품(지름 3m) 등이다.
해외에서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화단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02-2188-6035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