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은 낙하산 양성소인가

  • 입력 2001년 6월 25일 19시 29분


금융감독원 2급 이상 간부들이 퇴직 후 금융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 윤리법 시행령’의 시행일인 5월 말 직전에 대거 금융기관 고위간부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밝혀져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다. 물론 금감원측에서는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의 정신을 고려할 때 그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금감원이 공직자 윤리법의 제약을 받게 된 것은 작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에 금감원 고위관계자가 관여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간 유착의 검은 고리를 단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금감원 2급 이상 간부의 금융기관 취업을 퇴직 후 2년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법 시행 직전 3개월간 저촉 대상 고위직들이 무더기로 금융기관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의 결산과 주주총회에 따른 후속 인사가 이 기간에 집중됐을 뿐, 법시행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이뤄진 행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연히 금융기관 인사철에 자리를 옮기고 보니까 나중에 5월 말부터 취업제한법이 시행되더라’고 하면 모르지만 당시 정부가 법시행을 이미 예고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금감원은 또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영입했을 뿐 금감원이 사람을 강제로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말은 맞을 수도 있다. 금융기관들로서는 해당기관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금감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실익을 얻는 길이고 따라서 법시행 전에 서둘러 금감원에 ‘낙하산’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 바로 그 같은 유착관계를 끊고자 했던 것이 이 법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은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

금감원은 얼마전 정부가 감독기능의 영역을 조정하려 했을 때 고위 간부들까지 집단반발에 가세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에는 증시 질서확립을 명분으로 사법경찰권까지 요구하고 나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금감원의 도덕성은 의심받게 됐고 이에 따라 그들의 요구와 주장도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부는 이번 인사 가운데 법적으로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거나 혹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감원 간부를 영입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지난 1년간 금감원의 검사가 객관성 있게 실시됐는지를 엄정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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