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무역전쟁 배경과 전망

  • 입력 2001년 6월 25일 19시 39분


최근의 ‘세계 무역전쟁 움직임’을 살펴보면 강대국 이기주의가 두드러진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록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각국이 경쟁적 보호주의로 치달았던 2차대전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경제 침체가 부채질〓최근의 사태를 몰고 온 1차적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일(金俊逸) 거시경제팀장은 “미국경제 둔화 및 일본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유럽연합(EU)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확산돼 조만간 세계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산업생산은 5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행진이 이어졌다. 일본은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2% 줄어들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1·4분기 성장률(연율 기준)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은 1.6%와 2.0%에 그쳤다.

▽‘강성 정권’의 등장과 안개속의 새 무역질서〓미국의 부시 행정부와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 출범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내셔널리즘도 무역전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보수적이고 미국기업 보호색채가 강한 부시 행정부 출범후 미국기업의 시장확대에 초점을 맞춘 통상마찰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장기적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적 불만이 무역분야의 강경론을 낳은 주원인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 새로운 무역질서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돼온 세계무역기구(WTO)라운드 출범이 불투명해지면서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간 압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심화되는 경제블록화〓또 하나의 움직임은 인접국가들의 ‘짝짓기’를 통한 경제 블록화 경향. 이를 반영하는 것이 거세게 불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경제통합 바람이다. 배타적 성격을 지닌 경제블록은 회원국간에는 무역과 투자를 늘리지만 역외국가에는 수출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후 쿠바를 제외한 미주 전역을 포함하는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을 서두르고 있다. 4월에는 캐나다 퀘벡에서 미주 34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선언식도 열렸다. 예정대로 2005년12월부터 발효된다면 인구 8억명, 총생산규모 11조달러의 세계최대 경제블록이 탄생한다.

유럽에서도 15개 EU회원국을 유로화(貨)로 합치는 작업이 착착 진행중이다. EU는 또 동유럽 각국에 문호를 개방하는 한편 멕시코와도 FTA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이 동남아 자유무역협정(A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본은 싱가포르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FTA 체결을 검토중이다.

▽앞으로 어디로 가나〓세계 무역전쟁과 경제블록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많다. 양수길(楊秀吉)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는 “과거 세계사에 나타난 강대국의 영토확장과 패권 추구가 현재 자유무역지대 확장이라는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활·박중현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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