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우리 동네 맛집 - 제주시의 먹거리

  • 입력 2001년 6월 26일 13시 53분


제주도는 행정구역상으로 크게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 북제주의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진다. 이중 제주시는 제주도의 북부 중앙의 지역으로서 육,해,공로의 교통 요충지일 뿐 아니라 행정, 교육, 문화, 상업의 중심지로서 제주도의 도청소재지이기도 하다. 구제주와 신제주로 나누어지는 제주시에는 내력 있는 제주의 향토음식점들이 즐비하다. (다음편은 제주도에서 제주시를 제외한 지역들의 식당들을 소개합니다)

제주에 가면 뭐니뭐니해도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빼 놓을 수 없다. 갈치회와 고등어회는 생선의 선도와 찍어 먹는 장맛이 회맛을 좌우한다. 제주시에서 갈치회와 고등어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당은 물항식당(064-753-2931)이다. 물항식당이 너무도 유명하다보니 육지에 있는 제주음식 전문식당들이 너도나도 '물항'이란 단어를 옥호에 끼어 넣어 제주도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물항'이란 단어는 낯설지 않다. 사람들이 갈치회와 고등어회 하면 으레 물항식당을 찾으니 당연히 선도야 좋을 수밖에 없지만 썰어오는 칼질 또한 두툼하고 튼실하다. 비린 듯 하면서도 고소하게 감겨드는 맛이 갈치회와 고등어회의 매력. 새콤한 양념간장도 맛을 돋운다. 갈치회는 한 접시 2만원, 고등어회는 1만3천원으로 제법 양도 적지 않다. 그밖에 개운한 갈치국(7천원)도 맛이 달고, 간간하게 조려내는 고등어조림(1만2천원)도 혀를 사로잡는다. 위치는 서부두 수협골목.

갈치국 얘기가 나왔으니 제주시청 앞의 도라지식당(064-722-3142)을 빼 놓을 수 없다. 싱싱한 은빛갈치와 배추, 풋고추, 마늘 그리고 노란색의 늙은 호박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하게 끓여내는 갈치호박국(5천5백원)은 개운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살아있다. 하얀 갈치살이 입에 녹아드는 갈치구이(1만2천원)나 한치, 자리돔, 소라 등의 물회도 상큼하게 입맛을 돋운다. 제주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식당중의 한 곳.

제주시에서 도라지식당과 쌍벽을 이루는 제주토속음식점은 신제주 KBS방송국 뒤에서 지난 5월 홀리데이플라자호텔 뒤편으로 이사한 장춘식당(064-762-8556)이다. 많은 제주 토속음식 중에서도 성게미역국(7천원)을 제일로 끓이는 집이다 개운한 국물도 일품이지만 바닷내음을 머금은 부드러운 성게알이 입에서 녹는다. 이외에도 갈치조림(2만원), 고등어조림(1만5천원)과 소라의 일종인 보말조림(1만원), 큰 멸치를 간장과 풋고추로 조리는 멜조림(1만원)도 호평을 듣는다.

시큼하고 비린 듯한 자리물회가 다소 비위에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탑동 횟집촌 입구 산지물식당(064-752-5599)의 물회를 권한다. 자리돔 외에도 쥐치, 어랭이, 소라, 해삼, 한치 등 물회에 사용하는 재료가 다양할 뿐 아니라 새콤, 달콤한 맛이 마치 오장동 함흥냉면을 먹는 맛이다. 한마디로 상큼한 여성취향의 맛. 이 밖에 갈치회, 고등어회, 갈치조림, 갈치국 등도 솜씨 있게 차려 내는 대형식당이다.

제주도에서 가격을 따지지 않고 가장 배불리 먹고 싶은 것 세가지를 고르라면 그 것은 아마도 다금바리, 돌돔 그리고 전복일 것이다. 그 중에서 전복요리하면 탑동의 유빈식당(064-753-5218)을 제일로 친다. 특히 전복내장을 같이 넣고 죽을 쑤어 파르스름한 빛을 띠며 고소하고 부드럽게 미각을 사로잡는 전복죽은 최고의 솜씨다. 타지의 전복죽에 비하면 전복알갱이도 실속 있게 들어있으며 보통은 9천원, 전복이 많이 들어간 특은 1만2천원. 전복구이나 전복회와 같은 호사스러운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이빨이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 탱탱한 전복회는 둘이서 5만원 정도면 맛만 볼 수 있는 수준의 시식이 가능할 듯. 전복회와 전복구이는 양에 따라 5만원/ 7만원/9만원, 그리고 1kg에는 18만원이다.

유빈만은 못하지만 신제주의 큰돌섬(064-744-9889)도 전복요리로 명성을 얻는 집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깔끔한 분위기가 비싼 전복요리 전문점으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전복죽(1만원)을 시키면 별미의 전복내장젓과 맛있게 구운 고등어구이를 내준다. 전복물회(2만원)와 성게미역국(7천원)도 깔끔한 맛. 다만 전복죽이 너무 부드러워 다소 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전복구이와 전복회는 '특' 10만원, '보통' 8만원.

각재기국과 멜국. 음식의 이름조차 생소한 제주의 토속음식이다. 각재기국과 멜국을 제대로 맛보려면 제주시 사라봉입구 구소방서 부근의 돌하르방식당(064-752-7580)을 기억해 두어야한다. 각재기란 전갱이의 제주도 사투리. 뚝배기에 각재기 몇 토막과 배추를 넣고 된장을 풀어 구수하게 끓여 내는 각재기국은 담백하고 개운하기 이를 데 없다. 멜국은 살이 통통 오른 멸치를 생으로 배추와 함께 조선간장에 말갛게 끓여내는 제주의 별식. 개운한 국물도 일품이지만 비리기만 할 줄 알았던 멸치가 정말 담백하다. 가격은 모두 4천원. 멸치젓, 자리돔젓, 한치무침, 배추쌈, 생선조림으로 이어지는 밑반찬도 제주스러운 맛스러움이 물씬하다. 게다가 친절하기가 이를 데 없어 반찬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인의 따님들이 살랑살랑 웃으며 다가와 빈 반찬 그릇을 채워주고, 주방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할아버지의 노랫가락도 흥을 돋운다. 할아버지가 기분 좋으신 날에는 4천원짜리 각재기국이나 멜국을 먹으며 1만원 하는 고등어구이로 주기도 한다. 오후 3시면 식당문을 닫는다.

신제주 건설회관 옆골목의 어장군(064-744-2258)은 깔끔한 식당분위기와 맛깔진 음식솜씨로 부쩍 손님이 많이 찾는 토속음식점이다. 갈치나 고등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와 물회, 옥돔미역국 등을 전문으로 하는데 특히 미역국에 보말을 넣고 끓인 보말국이 대표메뉴다. 손님을 많이 물어 오라는 뜻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하는 호랑이 두 마리를 식당입구에 달아 놓은 유리네(064-748-0890). 성게미역국과 옥돔미역국을 개운하게 끓여 내는 집이다. 통통한 생선살이 부드럽게 녹아드는 싱싱한 갈치구이(1만3천원)와 갈치국(7천원), 토종돼지를 삶아 도마에 썰어 올리는 돔베고기(1만원)가 전문이다.

제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해장국집은 삼도동 천주교회 앞의 미풍식당(064-758-2481)이다. 이 집의 해장국에는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독특함이 있다. 선지국을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콩나물, 배추, 머릿고기, 당면에 들깨까지 갈아넣고 새빨갛게 끓여 내는 해장국은 한마디로 맛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집 해장국을 먹으며 느껴지는 맛들을 모두 열거해보면 선지국, 중국짬뽕, 육개장, 콩나물해장국 등. 아주 복합적이지만 얼큰하고 구수하다. 값은 4천원.

[eatncoo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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