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여3당 세무조사 시각차]자민련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

  • 입력 2001년 6월 26일 18시 42분


'보고받는 金대표'
'보고받는 金대표'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등 정책연합을 형성하고 있는 여3당은 2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국정협의회를 열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조율작업을 벌였으나 3당 간의 시각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인사말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야당이 무차별적으로 이성을 잃어가면서 정치쟁점화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3당이 정부의 당연한 법집행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공조를 주문했다.

그는 또 “언론이 범법을 한 것에 대해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도 용납되지 않듯이 언론을 편드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 우리의 뜻을 확연히 펼쳐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는 “민심이 말이 아니다”며 “최근 빚어지고 있는 언론과의 전면전이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언론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개혁작업이지만 원활한 국정수행에 장애가 안되도록 치밀하고 슬기롭게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을 대신해 인사말을 한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은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3당이 채택한 공동발표문은 ‘언론사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법절차에 따른 처리’란 문구와 함께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이날 협의회에 대한 민주당의 당초 의도는 어긋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를 외롭게 막아내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자민련과 민국당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민련이나 민국당 의원들 중에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25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국민의 정부는 노동신문을 원하는가. 정부가 일부 신문들의 대여(對與) 비판논조를 좌시할 수 없어 내놓은 해법이 언론개혁이고 세무조사라면 이는 ‘만개한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이번 세무조사의 부당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민국당의 강숙자(姜淑子)의원도 이날 재경위에서 “세무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 세무조사만 했다 하면 사업하는 사람은 다 망한다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세무조사 착수 초기 사석에서 우려감를 표명한 뒤, 지금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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