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민주당의 확대간부회의에선 ‘최후의 독재권력’ ‘부패한 특권세력’ ‘악덕 언론사주’ 등 입에 담기 힘든 독설이 쏟아졌다. ‘특정언론이 자사이기주의를 위해 별짓을 다한다는 인식이 형성될 때 이번 세무조사의 성패가 가름될 것’이라거나 ‘(야당은) 언론부패에 기생해 대권을 잡겠다는 것’이란 말도 나왔다.
얼마 전에는 ‘언론과의 전쟁선포’ ‘조폭적 언론’ ‘어물어물 넘어가면 저쪽사람(언론)들이 우리를 깔본다’는 발언도 있었다. 이들이 이처럼 심한 말을 누구를 향해서 하는 것인지, 국민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에서 들으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집권당의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처럼 도(度)를 넘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정치수준이 얼마나 한심한 지경에 있는지 알 만하다.
물론 언론도 잘못한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법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세무조사만 하더라도 아직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사와 사주를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 해서 이처럼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언론이 어떻게 ‘별짓’을 다하며 무슨 ‘독재’를 한단 말인가. 오히려 ‘개혁’이란 이름 아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정권이야말로 진짜 ‘최후의 독재권력’이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이 국회 문광위에서 한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신문기자 출신이면서 공동여당 의원인 그는 지금의 상황을 어느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그는 민주화와 사회개혁에 앞장서온 신문이 왜 어느 날 갑자기 파렴치한 탈세 비리 집단으로 매도돼야 하는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신문의 대정부 견제와 비판을 무디게 만들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언론개혁이라면 정부는 차라리 ‘노동신문’ 같은 신문을 원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말처럼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언론의 비판기능에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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