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내금융도 지금 혁명중-2]"고객 입맛 맞춰라"…상품차별화로 승부

  • 입력 2001년 6월 26일 19시 01분


“뭐가 이리 많아요?”

6월초 정기적금을 들 요량으로 국민은행 광화문지점을 찾은 주부 이모씨(30)는 상담창구 직원으로부터 정기적금 종류가 모두 4개라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10여분에 걸쳐 각 정기적금의 장단점을 들은 이씨는 아동용품과 여성용품 등을 할인해 구입할 수 있도록 부대서비스를 특화한 여성전용적금 ‘국민쌩스맘적금’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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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기관이 종류마다 한 상품만 팔 때가 불과 3∼4년 전. 그러나 이제는 고객 맞춤상품을 목표로 온갖 금융상품들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대출세일 시대
2. 쏟아지는 신상품
3. 신용 카드 서비스
4. 인터 넷 빌링
5. 인터 넷 뱅킹
6. 바뀌는 투자열풍
7. 바뀌는 보험시장 판도
8. 프라이빗 뱅킹 확산
9. 투자은행업 등장
10. 글로벌체제 편입

새 상품 개발을 위한 순발력도 뛰어나다.

월드컵을 1년 앞두고 13일 선보인 상품이 주택은행의 월드컵펀드. 월드컵 후원업체인 코카콜라 아디다스 한국통신 등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발매되자마자 인기를 끌어 벌써 2300억원이 모였다.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나온 것이 평화은행의 평화통일예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답방하면 추가금리 0.3%포인트를 준다.

이처럼 다채로운 금융상품이 출현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이 뿌리째 바뀌면서 경쟁이 본격화됐기 때문. 금리자유화는 90년대 들어 시작됐으나 한참 동안 금융시장은 별로 변한 게 없었다. 금융기관마다 ‘최고의 수익률’을 운운했으나 사실상 금리와 수수료는 거의 같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넘쳐 났던 것.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는 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이미 많은 금융기관들이 퇴출됐고 앞으로도 뒤지는 업체는 여지없이 퇴출된다. 비슷한 상품을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시작된 것.

고객들 역시 수익률만 좋다고 무턱대고 금융상품을 사지 않았다. 금융업체도 망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금융상품을 고르는 데 까다롭다.

“지난 3년 동안 고객의 요구는 수익성→유동성→안정성→수익성과 안정성 동시추구로 변덕스러우리 만큼 변화했다.” 최근 금융상품 흐름에 대한 국민은행 상품개발팀의 분석이다.

금융신상품의 개수
&nbap;1999년2000년2001년 5월말
은행권125263 83
보험권550864281

이 같은 고객 수요에 맞추기 위해 금융업계는 △차별화상품 △일부 고객만을 위한 틈새상품 △편리성 및 기능성 강화 상품 등 특화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99년 125개, 2000년 263개의 금융신상품이 나올 정도로 상품개발이 활발하다. 올해만해도 5월말 현재 83건의 신상품이 나왔을 정도다.

보험권에서 역시 같은 보험이라도 특별약관을 계약자마다 조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상품의 전문화와 다변화 추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주식은 증권사나 투신사, 저축은 은행, 보험은 보험사’라는 과거의 틀이 깨지는 등 금융업종간의 고유 장벽이 하나둘 무너지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랩어카운트나 은행들의 맞춤형 신탁, 보험의 변액보험 등은 금융업종간 구분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든다. 일례로 올해 안에 나올 변액보험은 투자 전문가를 통해 주식이나 채권 등에 운용, 얻은 이익을 고객에게 환원해 준다는 측면에서 은행권의 단위금전신탁이나 투신사의 수익증권, 자산운용사의 뮤추얼펀드와 유사하다.

삼성경제연구원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고객들의 투자성향에 따라 보험 증권 은행 상품들의 특성을 각각 조합한 수많은 상품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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