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한화 '만나면 으르렁'

  • 입력 2001년 6월 26일 19시 32분


프로야구 20년 동안 수많은 라이벌 팀이 명멸했지만 이렇게 악연을 간직한 팀도 드물었다.

삼성과 한화. 두 팀의 ‘원한’은 지난 겨울 함께 캠프를 차렸던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때부터 싹텄다. 두 팀은 상반된 팀컬러를 가진 팀. ‘호랑이’ 김응룡 감독을 새로 맞이한 삼성은 감독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이 됐다. 반면 ‘자율야구의 원조’ 이광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선수의 개성을 살리는 팀으로 변신했다.

이 때문에 두 팀은 캠프부터 서로 비교가 됐다. 선수가 이광환 감독의 바로 옆에서 호박씨를 까먹고 있는 한화에 비해 삼성은 코치들조차 감독 눈치를 보는 무거운 분위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은 올 시즌 확실한 우승팀으로, 한화는 꼴찌팀으로 지목됐지만 한화는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연전연승을 거뒀다. 이에 김응룡 감독은 진노했고 삼성 선수단은 코치들까지 모두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뛰어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뒤에도 한화는 결코 삼성에만은 호락호락하게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25일 현재 팀간 전적에서 3승5패로 뒤지고 있지만 종료 벨이 울릴 때까지 삼성을 괴롭혔다.

삼성이 96년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출신인 갈베스를 시즌 중 영입했을 때 취업비자 문제를 걸고넘어진 것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부터 빈볼 문제로 말썽을 일으켰던 그에 대해 빈볼시비를 제기한 것도 한화였다. 삼성 입장으로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한화가 얄미워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내 21일 대구에서 두 팀의 원한관계를 폭발시킬만한 사건이 터졌다.

1회초 삼성 선발 임창용이 한화 장종훈의 몸을 맞히는 공을 던지자 곧 이은 1회말 한화 선발 한용덕이 삼성 이승엽에게 연속으로 위협구를 던져 두 팀은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한용덕은 결국 올 시즌 첫 퇴장선수의 불명예를 안았고 200만원 벌금에 8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제 장소를 옮겨 대전에서 주초 3연전을 치르는 삼성과 한화. 신 라이벌로 떠오른 두 팀의 관계가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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