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동남은행 공채 1기로 입사해 10년간 근무했던 정영걸씨(40·사진)는 이제 어엿한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정씨는 퇴출직후 주택은행에 흡수됐다가 곧바로 삼성투신 법인영업3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1년간 일했다.
그러나 조직내에 안주하기보다는 더 창의적인 삶을 살고 싶어 벤처창업에 나섰다.
2년전 동남은행 퇴출직원 2명과 함께 인터넷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웹캐시’를 설립했고 지금은 직원수만 120명이나 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액은 189억원으로 예상되고 내년초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 은행 근무경험을 살려 금융기관이 꼭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 성공비결.
올 2월에는 일본 소프트방크(회장 손정의)가 30억원을 액면가의 5배에 투자해 10% 지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과 영업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회사인 ‘웹 커뮤니티(인터넷 열린학교)’는 이미 1000여개 학교에 커뮤니티 사이트를 공급했고 최근 유료화를 선언했다.
“지금도 정부의 퇴출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고 11일동안 부산까지 항의도보행진을 벌이면서 ‘다시는 은행원이 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정씨는 퇴직당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인해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아무 대책도 없이 갑자기 은행원을 길거리로 내모는 정부가 너무 야속했다고 한다.
특히 아직도 많은 퇴출은행 직원들이 죄인의식을 지닌채 방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코스닥에 등록하면 더 많은 직원들을 채용해 아픔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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