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게임영화' 한계극복 '파이널 환타지'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2분


영화 ‘파이널 환타지’는 ‘게임을 영화로 만들면 실패한다’는 공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게임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대부분 실패한 것은 게임의 인기만 믿고 영화 고유의 서사적인 짜임새를 소홀히 했기 때문. 최근 미국에서 개봉된 ‘툼 레이더’도 영화의 스토리나 구성에 있어서는 낙제점에 가까웠으나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한 매력과 게임의 막강한 인기 덕분에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널 환타지’는 칭찬해주고 싶은 영화다. 인간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한 3D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효과와 3000만장 이상 팔려나간 게임 자체의 인기도 인기려니와, 영화의 서사적 구조도 그에 못지 않게 치밀하고 탄탄하다.

2065년 외계인의 침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지구는 그들의 지배아래 들어간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고 지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키 박사와 시드 박사는 무력을 동원해서 에일리언을 몰아내려는 헤인 장군의 태도에 반대해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힘으로 에일리언을 몰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특수부대 ‘다크 아이즈’의 대위인 그레이의 도움을 받아 생명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8개의 정신(The spirits)를 찾아 나선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제7의 정신에 이어 제8의 정신까지 찾아내지만 정신의 힘을 믿지 않는 헤인 장군은 제8의 정신을 향해 강력한 플라즈마 무기를 발사하는데….

사실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정의로운 소수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수없이 울궈먹은 내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영화의 주인공들이 불굴의 의지와 타고난 투쟁력으로 외계인을 물리치는 ‘영웅’인데 반해 ‘파이널 환타지’의 주인공은 중성적인 이미지의 연약한 여자에 불과하다. 대신 주인공의 역할은 생명의 힘을 빌려오는 것.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알맹이는 이전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이는 ‘파이널 환타지’ 게임을 만든 개발자이자 이번 영화의 감독을 맡은 히로노부 사카구치가 애초 의도했던 바다. 히로노부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말하는 ‘판타지’는 생명과 인간의 근원을 파고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파이널 환타지’는 연약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생명의 신비한 힘을 보여주는 일본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등과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요컨대 ‘파이널 환타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분위기와 할리우드 영화의 구성 및 특수효과의 잡종 교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잡종 교배는 대단히 인상적이고 뛰어나다.

여러 번 소개되긴 했지만 ‘파이널 환타지’의 3D 애니메이션은 정말 감탄할 만하다. 사람의 미세한 표정 묘사 뿐 아니라 외계인을 반 투명체로 묘사한 것이나 실감나는 폭파 장면 등은 그동안 할리우드가 보여줬던 모든 특수효과의 결정체를 보는 듯하다.

물론 실사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미세하게 다른 애니메이션의 한계 때문에 비장하거나 슬픈 장면에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은 까다롭고 비싼 배우들을 완전히 쉬게 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국내 개봉은 7월28일.

<로스앤젤레스〓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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